(서울=연합뉴스) 27일 키움 히어로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김태훈이 이날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김태훈은 시즌 첫 세이브를 챙겼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태훈(31)은 27일 오전까지 '키움 히어로즈 선수'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시즌 첫 세이브를 거뒀다.
서울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던 중 트레이드 통보를 받은 김태훈은 서둘러 짐을 꾸려 대구로 내려왔다.
이날 삼성은 내야수 이원석과 2024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키움 오른손 불펜 김태훈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대구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난 김태훈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머리를 감던 중에 전화를 받았다"며 "마침 오늘 키움 훈련 시간이 늦춰져서, 몇몇 동료들은 만나지도 못하고 대구로 왔다"고 전했다.
2012년 히어로즈에 입단해, 12년째 한 팀에서만 뛰던 김태훈은 생애 첫 이적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갑자기 팀을 옮기게 돼 복잡한 심경이긴 하다"라고 말하면서도 "'언젠가 한 번은 팀을 옮기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예상보다 빨리 팀을 옮긴 것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27일 키움 히어로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김태훈(왼쪽)이 이날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세이브를 거둔 뒤 포수 강민호(가운데), 외야수 구자욱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올 시즌 초 삼성은 심각한 불펜 난조에 시달렸다.
4번 타자 이원석과 신인 선수 지명권까지 내주며 김태훈을 영입한 이유다.
박진만 감독은 물론이고, 포수 강민호, KBO리그 통산 세이브 기록을 보유한 오승환 등 삼성 선수단은 김태훈을 따듯하게 맞이했다.
박 감독은 "팀을 옮겼다고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1군 엔트리에 등록하지만, 되도록 등판하지 않거나 편안한 상황에서 내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대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는 치고받는 접전 양상이었다.
박 감독은 7-6으로 근소하게 앞선 9회초에 김태훈을 내세웠다.
"어떤 상황이라도 등판 지시가 떨어지면, 마운드에 오르겠다. 잘 던질 자신도 있다"던 김태훈은 '투구'로 그 자신감을 증명했다.
첫 타자 허경민을 포크볼로 좌익수 뜬공 처리한 김태훈은 대타 송승환은 슬라이더 2개를 던져 2루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김태훈은 조수행은 시속 146㎞ 투심 패스트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던진 첫 경기 김태훈의 성적은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이었다. 올 시즌 처음이자, 지난해 9월 3일 SSG 랜더스전 이후 7개월 만에 세이브도 챙겼다.
김태훈의 긴 하루는 해피엔딩이었다.
고심 끝에 이원석을 내주며 트레이드를 단행한 삼성 구단도 한숨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이원석의 동갑내기 친구인 오재일(삼성)이 이날 3-6으로 뒤진 7회말 역전 만루 홈런을 치며 김태훈에게 '세이브 상황'을 선물했다.
오재일이 만루 홈런을 친 건, 두산 소속이던 2019년 8월 22일 대구 삼성전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당시 오재일에게 만루포를 내준 투수는 원태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