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에디(24)와 바야르사이한(25)은 6년 전 모국 몽골을 떠나 한국 땅을 밟았다.
체계적으로 배구를 배우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해 V리그에서 뛰겠다는 꿈을 품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7년 1월 순천제일고 3학년으로 나란히 편입한 뒤 에디는 성균관대, 바야르사이한은 인하대로 진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족을 자주 보지 못하는 등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언젠가 프로무대를 누비는 자신을 상상하며 버텼다.
그런데 장애물이 나타났다. 일반귀화 요건인 '5년 이상 거주'를 채우고 귀화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소득, 재산 관련 기준이 추가됐다.
낙담하며 해외 리그에 눈을 돌리던 차에 V리그에 아시아쿼터가 도입됐다. 몽골 국적으로도 한국 프로무대를 밟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지원서를 낸 에디와 바야르사이한은 사흘간의 트라이아웃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27일 드래프트에서 각각 1, 4순위로 삼성화재와 OK금융그룹의 부름을 받았다.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인터뷰실에 들어선 둘은 통역 없이 유창한 한국어로 지명 소감을 말했다.
에디는 "너무 좋다. 6년 동안 오늘만을 기다려온 것 같다"며 "어렸을 때 다른 나라에 와서 가족들과 떨어져 살며 많이 고생했는데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바야르사이한도 "부모님이 먼저 생각났다. 집에서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응원해주셨다"며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됐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이어 "대학교 때 신인 드래프트 중계를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그 선수들처럼 있으니까 말 못 할 만큼 기분이 좋다"고 했다.
6년간 타국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답게 두터운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바야르사이한은 에디의 1순위 지명에 "큰 나라의 큰 리그에서 다른 선수들과 3일 동안 경쟁해 1순위로 뽑혔다는 사실에 저도 기분이 좋고 친구로서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몇 분 먼저 프로의 꿈을 이뤘던 에디는 바야르사이한의 지명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에디는 "친구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에디가 삼성화재 유니폼을 매만지며 "저는 파란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하자 바야르사이한이 "(그럼) 난 안 어울리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