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에 데뷔한 이래 12년 동안 몸담았던 친정팀과 맞대결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 포수 유강남의 마음은 방망이질 쳤다.
경기 전날까진 태풍 전야처럼 고요했지만, 아침에 눈을 떠보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그를 휘몰아쳤다.
유강남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LG 트윈스와 프로야구 방문 경기를 앞두고 잔뜩 찌푸린 하늘을 바라보며 "날씨가 구물구물한다"고 운을 떼고는 "어제까지 마음이 괜찮았는데, 오늘은 좀 이상하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한 팀에 12년 있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담담하게 속내를 밝힌 그는 "설레는 마음, 두근거리는 마음마저 든다. 편안하게 미팅하고 경기에 나가야 하는데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이상하다"고 털어놨다.
올해 LG는 팀 타율 0.290으로 압도적인 리그 1위를 달리는 '공격의 팀'이다.
포수는 철저한 전력 분석으로 투수가 가장 효율적인 투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유강남은 "(LG 타선 상대로) 준비하는 게 힘들다. 인정할 건 해야 한다"면서 "같은 팀에 있었을 때는 잘 몰랐다. 새롭게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며 LG 타선을 경계했다.
이어 "확실히 타선 짜임새도 있고,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좋다. (상대하기) 힘들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10년 넘는 세월을 보낸 LG라, 그곳의 선수들과 쌓은 인연과 추억으로부터 고개를 돌리는 게 쉽지 않다.
이번 시즌 시작에 앞서서 오지환과 도루 성공과 실패를 놓고 내기를 걸기도 했는데, 유강남은 "그냥 한 경기라고 생각하겠다. (오지환에게) 도루를 준다면 그냥 밥 사면 된다"며 내기보다는 경기 결과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유강남의 입단 동기이자, 올 시즌 LG 선발진에서 '국내 에이스'로 도약한 임찬규에 대해서는 애틋한 감정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유강남은 "(임)찬규가 '포수가 바뀌어서 잘한다'고 농담하더라. 저는 친구가 잘 돼서 정말 좋다"면서 "중요한 시즌이니 끝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작년 힘든 시간을 잘 이겨냈다는 게 정말 멋지다"고 엄지를 세웠다.
지난 겨울 한화 이글스로 떠난 채은성이 처음 잠실구장을 방문했을 때, LG 팬들은 한목소리로 채은성의 이름을 연호했다.
오랜 시간 안방을 지킨 유강남 역시 LG 팬들에게 소중한 선수다.
유강남은 "(LG 팬들께) 정말 감사드리니까 인사는 무조건 드려야 한다"고 이날 경기에서 첫 번째 타석을 고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