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한화 채은성이 6회에 중월 솔로홈런을 때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오랜만에 찾은 친정 구장이 반가울 법도 하지만 채은성(한화 이글스)의 얼굴엔 근심만이 가득했다.
한화가 6연패 수렁에 빠졌고 현재 6승 1무 18패로 어김없이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채은성 자신은 타율 0.306, 홈런 4개, 득점권 타율 0.333으로 '자유계약선수(FA)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에게는 위안거리가 되지 않는다.
채은성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팀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제가 못 하더라도 팀이 이겼다면 기분이 좋았을 것"이라고 시즌 첫 한 달을 돌아봤다.
특유의 끈기와 노력으로 오랜 무명 시기를 이겨냈던 채은성이지만 지금의 어려움은 결이 다르다고 토로했다.
채은성은 2009년 신고선수(육성선수)로 LG 트윈스에 입단해 2군을 전전했다.
의장대에서 현역으로 군 생활을 하는 등 1군과 거리가 있었지만 2014년 외야수로 전향한 끝에 마침내 1군 무대를 밟았다.
이후 팀 간판타자로 성장했고 지난해 FA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한화와 6년 90억원 계약을 맺었다.
2022년 10월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1사 1,2루 LG 채은성이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지금까지는 자기 자신만 신경 쓰면 되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더그아웃 리더로서 팀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위치에 있다.
대형 FA 계약을 맺은 뒤 첫해다 보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막중하다.
채은성을 바라보던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나서서 "전부 책임지려는 부담감을 너무 갖지 말라. 그러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고 조언했을 정도다.
채은성은 "팀을 처음 옮기다 보니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히 있다 보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라고 털어놨다.
FA 경험이 있는 한화 주장 정우람과 옛 동료 김현수(LG)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채은성은 "원래 첫해가 가장 힘들다고 하더라"며 "형들은 '자기 것만 해도 힘드니까 너무 많은 것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해줬다. 근데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잘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보여준 활약이 시즌 내내 계속될 순 없음을 잘 알기에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근 6연패 동안 채은성은 23타수 2안타에 그쳤다.
채은성은 "저도 계속 좋을 수는 없고 안 좋을 시기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과 같이 협업해서 잘 맞춰나가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4월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4로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래도 숱한 실패를 극복한 채은성의 단단한 마음이 어딜 가지는 않는다.
패배감이 다음 날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끊어내고 매일 아침이면 승리를 위한 새 걸음을 내디딘다.
채은성은 "연차가 차면서 달라진 것은 (후유증을) 오래 끌고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지치지 않으려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면서 그날 있었던 일은 그날 바로 털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물로 잘 안 나와서 그렇지만 한화 선수들 모두 놀라울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며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