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kt wiz 불펜 투수 손동현이 결정구로 선택한 공은 포크볼이었다.
kt 배터리는 강하게 한 방 치려고 잔뜩 벼르고 있던 SSG 랜더스 4번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돌려세우려면 포크볼이 제일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손동현의 결정구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밋밋하게 그대로 들어갔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에레디아는 몸이 휘청일 정도로 강하게 스윙한 뒤, 타구 궤적을 보지도 않고 벤치를 향해 환호했다.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t의 맞대결 승패를 결정한 역전 결승포였다.
이날 에레디아는 1-3으로 끌려가던 7회 말 2사 1, 2루에서 짜릿한 스리런 대포를 쏘아 올렸다.
타구는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정도였고, 비거리는 125m가 나왔다.
시즌 3호 홈런으로 팀의 5-3 승리를 견인한 에레디아는 "중요한 순간에 타석에 나가면 무조건 잘 치거나 출루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순간에 해낸 거 같아서 기쁘다"고 했다.
홈런을 친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자 "내가 좋아하는 공이 존에 들어오길 기다렸고, (들어와서) 친 게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에레디아가 아니었다면, SSG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뻔했다.
7회 무사 1, 2루에서 대타 김성현이 희생 번트에 실패하고, 최정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것이다.
부담스러웠을 법한 상황에서 결과를 낸 에레디아는 "아무리 좋은 상황이라도 이렇게 실수가 나온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타격해서 결과를 냈다"고 했다.
에레디아는 리그 타율 4위(0.363), 타점 2위(23점), 홈런 공동 8위(3개)를 달린다.
특히 5개의 결승타는 리그 최다다.
SSG가 이번 시즌 챙긴 16승(10패) 가운데 에레디아의 방망이가 다섯 번이나 결승점을 낸 것이다.
에레디아는 "야구선수로 당연히 좋은 일이다. (결승타 1위는) 야구선수라면 누구든 가지고 싶은 기록일 것"이라고 했다.
올해 KBO리그에 오자마자 좋은 활약을 펼치는 에레디아는 앞서 한국을 거쳐 간 동료 선수들의 조언에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어디서 야구하든 다 똑같은 야구다.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한국에서 뛰었던 남미 선수들의 조언을 토대로 열심히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