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을 지휘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눈앞에서 그림 같은 다이빙 헤더로 3개월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스트라이커 조규성(전북)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조규성은 3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6라운드 울산 현대와 맞대결에서 후반 38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시즌 2호 골을 신고했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을 찾은 조규성은 이날 현장을 찾은 클린스만 감독을 언급하며 "오셨는지 끝나고 알게 됐다"고 웃었다.
"간절히 골을 원하고 있었다"는 조규성은 "이전 경기들은 부진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감독님께서 좋은 모습들만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규성은 지난 3월 19일 대구FC와 원정 경기 이후 석 달가량 쉬었다. 3월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중 허벅지를 다쳤기 때문이다.
팀이 치른 16경기 중 7경기만 뛴 조규성의 득점포도 자연스레 지난 3월 5일 수원 삼성과 홈 경기 이후 멈춰 있었다. 당시 조규성은 수원을 상대로 페널티킥으로 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한 데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와 2차전에서 멀티 골을 폭발하며 주가를 한껏 올린 조규성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을 터다.
이날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된 조규성은 월드컵 가나전이 떠오를 만큼 역동적인 다이빙 헤딩 골을 만들어내며 화려하게 침묵을 깼다.
아마노 준이 오른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정승현과 경합을 이겨낸 조규성이 힘껏 몸을 날려 머리로 공의 방향을 돌려놨다.
조규성은 "오랜만에 넣기는 했는데 (그동안) 슬럼프는 아니었다. 그렇게 슬프지도 않았고 언젠가는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며 득점하지 못한 3개월의 시간을 돌아봤다.
이 구간 부진했다는 평가에 "팬들은 충분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크게 개의치 않는 성격"이라며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봤다. 팬들의 질타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울산의 홍명보 감독이 주민규가 다른 스트라이커들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자마자 조규성의 득점이 나왔다.
홍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지금 중앙 공격수 중에서 주민규만큼 퍼포먼스를 보이는 선수가 없다면 당연히 (대표팀으로) 가야 한다"며 "지금 경기력이나 그런 측면에서는 어떤 중앙 공격수보다 잘한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시즌 조규성과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한 주민규는 결국 한끗 차로 득점왕 타이틀을 놓쳤다.
직전 15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과 홈 경기에서 2골을 폭발하며 올 시즌 득점 선두(8골)로 올라선 주민규지만, 이날은 조규성과 희비가 엇갈렸다.
선발 출전한 주민규는 후반 20분 마틴 아담과 교체될 때까지 전북의 후방을 누볐지만 골망을 흔들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