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오른손 투수 문동주(20)의 별명은 '대전 왕자'다.
지난해 입단했을 때부터 '왕자님'으로 대접받았던 그는 올해 1군 선발 로테이션에 정착하며 진정한 왕자로 거듭나고 있다.
시속 160.1㎞(스포츠투아이 PTS 기준)를 던져 KBO리그 최초로 시속 160㎞의 벽을 넘어섰고, 최근 등판한 1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를 달성했다.
4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만난 문동주는 '대전 왕자'라는 별명에 대해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 팬들께서 그만큼 좋게 봐주시는 거라 기분이 좋다"면서 "(대전 왕자) 타이틀이 무너지지 않게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대전 시내 길거리에서는 팬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문동주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긴 하는데, 지난번에 어머니랑 마스크 벗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도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 했다.
옆에 함께 있던 한화 구단 직원이 "원래 대전 사람들은 그 자리에선 아는 척 안 하고 밤에 이불 깔면서 지나가는 말로 '문동주를 본 거 같다'고 한다"고 말하자 문동주는 미소만 보였다.
지금 문동주 눈에는 흰색 야구공과 108개의 실밥, 그리고 포수 미트만 보인다.
올스타전 투표, 아시안게임 엔트리 발표 등 그를 둘러싼 여러 일에도 "지금은 시즌에 집중하는 게 먼저"라고 말한다.
대신 지난 등판을 통해 회복한 투구 감각을 어떻게든 유지하는 것에만 골몰한다.
문동주는 4월 4번의 등판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2.38로 맹활약했지만, 5월 4경기에서는 1승 2패 평균자책점 8.22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6월의 첫 경기였던 1일 키움전에서 7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그는 "7이닝을 던진 것보다, 그 경기에서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이어 "경기마다 감각이 너무 다르다. 그 감각을 어떻게든 잡아내서 유지하는 게 과제"라며 "(1일 키움전에서)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준비한다면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동주의 휴식을 두고 구단 안팎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개막 후 3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1.08로 호투한 문동주는 휴식 차원에서 4월 19일 1군에서 말소됐다.
그러나 휴식하고 돌아온 뒤 5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7.59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를 두고 최원호 한화 감독은 "문동주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 올해 110이닝, 출전하지 않으면 130이닝가량 던질 것"이라면서 "휴식을 주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주는 게 낫다"고 기준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문동주는 "쉬고 나왔을 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준비하는 건 어차피 똑같다"면서 "제가 더 잘 준비했어야 했다"고 돌아봤다.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문동주는 선발 투수가 한 시즌을 치르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배우는 과정이다.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아 등판 때마다 기복이 있어도,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체력 관리를 위한 특별한 비법은 없다.
매일 정해진 훈련 스케줄을 꼭 지키고, 잠이 좀 많은 편이라 하루에 10시간씩 수면한다.
문동주는 "풀타임이 처음이라 모든 걸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잘 만들어가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며 "매일 컨디션이 다르기에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아직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적응을 마치는 순간, 한화는 진정한 에이스 투수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