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에서 통산 4승 고지에 오른 이재경이 벙커에서 퍼터를 사용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재경은 8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KPGA선수권대회(총상금 15억원) 1라운드 11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옆 벙커에 빠트렸다.
벙커에서는 웨지로 쳐내는 게 일반적인데, 이재경은 공이 놓인 자리를 한참 살피더니 캐디한테 퍼터를 건네받았다.
이재경은 마치 그린에서 퍼팅하듯 퍼터로 공을 때렸다.
벙커 턱이 그리 높지 않은 덕분에 공은 벙커는 벗어났지만, 그린에는 오르지 못하고 프린지에 멈췄다.
이재경은 이번엔 웨지를 꺼내 칩샷을 했고, 공은 홀에 빨려 들어갔다.
어렵사리 파를 지킨 이재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경이 벙커에서 퍼터를 잡은 이유는 공이 움푹 팬 곳에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앞서 벙커에 빠졌던 선수가 벙커 정리를 말끔하게 마무리해놓지 않아서 이재경의 볼은 벙커 고무래가 지나간 자국이 제법 깊게 남은 곳에 들어갔다.
이재경은 "벙커에 들어가 보니 정리가 안 됐더라. 공이 놓은 자리에서 웨지로 쳤다가는 그린에 볼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퍼터로 굴려내기로 했다. 나름대로 잘 쳤는데 벙커 턱을 맞고 볼이 멈추는 바람에 그린에는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벙커에 들어갔다 나올 때는 벙커 모래를 원래 상태로 말끔하게 정리해 놓는 것은 골프 에티켓에서는 기본이다.
아마추어끼리 칠 때는 욕만 먹고 끝날 일이지만, 프로 대회에서는 벙커 모래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1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벙커에 빠진 이재경의 볼 상태를 확인한 경기위원회는 '범인' 색출에 나섰다.
최근 5차례 대회에서 4연속 톱10에 이어 데상트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5개 대회에서 펄펄 날았던 이재경은 이날 1언더파 70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재경은 "이번 대회도 샷 감각이 정말 좋다. 퍼트 실수가 몇 번 있어서 스코어를 많이 줄이지 못했지만 2라운드부터는 타수를 꽤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