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전의 승패를 가른 장면은 KIA 유격수의 박찬호의 호수비였다.
5회초까지 4-2로 앞서가던 KIA는 5회말 선발 아도니스 메디나가 양의지에게 1점 홈런을 맞고, 양석환에게까지 2루타를 허용했다.
여기서 양 팀 벤치의 수 싸움이 시작됐다.
KIA 벤치에서 흔들리던 선발 메디나를 빼고 왼손 투수 이준영을 투입하자, 두산은 좌타자 홍성호 자리에 우타자 송승환을 대타로 기용했다.
송승환은 이준영의 3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해 안타성 타구를 만들었지만, KIA 유격수 박찬호가 점프 캐치로 공을 낚아챘다.
안타를 예상하고 2루에서 3루로 출발한 주자 양석환까지 잡아내며 박찬호는 혼자 힘으로 5회를 끝냈다.
여기서 위기에서 탈출한 KIA는 두산에 7-3으로 승리해 3연패에서 벗어났다.
경기 후 만난 박찬호는 "사실 그쪽으로 타구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초구에 타자가 슬라이더를 (좌측 파울 라인 벗어나는) 파울 치는 걸 보고 (이준영이) 끝까지 슬라이더로 대결하겠다 싶어서 한 두세 발 오른쪽으로 옮겼다. 마침 딱 거기로 예상대로 타구가 왔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경기 전 전력 분석 자료를 철저하게 숙지한 덕분에 계산대로 호수비를 펼칠 수 있었던 셈이다.
박찬호는 전날 SSG 랜더스전에서 쉬운 타구를 놓쳐 팀 패배를 자초했다.
손목과 다리 상태가 좋지 않다고는 해도, 프로야구 선수에게는 핑계일 뿐이다.
박찬호는 "사실 (어제 실책 때 투수였던) 최지민에게 아주 미안해서 오늘 (9회에) 잡기 어려운 공도 다이빙했다"면서 "팀에서 중요한 수비를 맡은 유격수로서 투수를 많이 도와주고 싶지만, 최근 마음대로 안 돼서 힘든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타격에서도 박찬호는 이날 귀중한 안타를 때렸다.
4-3으로 한 점 차 우위를 지키던 6회 2사 3루에서 쐐기 적시타를 터트린 것이다.
박찬호는 "어려운 공이 오면 치지 말고, 높은 코스에 실투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그렇게 실투가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