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의리(21·KIA 타이거즈)는 최대한 빨리 송구하고자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지도 않은 채, 몸을 던져 '공의 속력'을 높였다.
의욕 넘치는 이의리의 '다이빙 송구'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준족' 정수빈(두산 베어스)도 잡아냈다.
이의리는 10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방문 경기, 3-3으로 맞선 4회말 1사 1, 2루에서 정수빈과 맞섰다.
정수빈의 타구는 크게 튀어 1루와 투수 사이로 날아갔다.
왼손 투수 이의리는 오른손에 낀 글러브로 공을 잡았다. 왼손으로 공을 꺼낼 여유도 없어서 '글러브 토스'를 시도했다. 이의리는 송구 거리는 좁히고 속력은 높이고자 몸을 1루 쪽으로 던지며 송구했다.
경기 뒤 만난 이의리는 "내가 잡지 않으면 그냥 내야 안타가 되는 타구였다. 정수빈 선배는 워낙 빠르니까, 최대한 빨리 송구해야 했다"며 "나도 모르게 그런 동작이 나왔다. 승부처가 될 수도 있었기에 꼭 타자를 잡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처음 판정은 세이프였다. 이의리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KIA 더그아웃을 향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 달라"고 했다. 김종국 KIA 감독도 이를 받아들였고, 판정은 '아웃'으로 번복됐다.
이의리는 "공이 타자의 발보다 먼저 베이스에 도착한 게, 내 눈에 보였다. 아웃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1사 만루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을 2사 2, 3루로 저지한 이의리는 김대한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4회말을 끝냈다.
KIA 타선은 5회초 2점을 얻어 역전했고, 팀은 6-3으로 승리했다.
이의리는 6이닝 4피안타 3실점 4탈삼진에 몸을 던지는 송구까지 펼쳐 시즌 6승(3패)째를 수확했다.
2-0으로 앞선 3회말 1사 만루에서 이의리는 이유찬과 양의지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2점을 헌납하고, 양석환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맞아 2-3 역전도 당했다.
하지만, 크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이후 이의리는 최고 시속 153㎞, 평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앞세워 추가 실점 없이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이의리는 "경기마다 큰 위기가 한 번씩은 찾아온다. 오늘은 대량 실점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3회에는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한 뒤, 서두르다가 실점했다. 4회부터는 투구 밸런스가 잡혔다"고 이날 경기를 복기했다.
그는 "경기 중 기복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선발로 나서는 경기마다 팬들께서 응원해주셔서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압도적인 구위를 지닌 이의리가 경기 중 기복만 줄이면, KIA 팬들은 한결 편안하게 이의리의 투구를 지켜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