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괴물 골잡이' 엘링 홀란(22)이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첫 '유럽 트레블' 달성에 앞장서고 '득점 2관왕'까지 거머쥐며 충격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데뷔 시즌을 마쳤다.
맨시티는 11일(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인터밀란(이탈리아)을 1-0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홀란은 이날 득점하지 못했다. 결승골은 로드리의 차지였다.
하지만 맨시티의 우승이 확정된 뒤 중계 카메라에 가장 많이 잡힌 인물은 'UCL 잔혹사'를 끝낸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과 더불어 홀란이었다.
홀란이 올 시즌 일군 성과는 '충격적'이라 표현할 만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홀란은 4차례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36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랐다.
앤디 콜과 앨런 시어러가 보유했던 42경기 체제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인 34골을 깨면서 맨시티의 우승에 핵심 역할을 했다
홀란은 이미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검증이 끝난 골잡이였으나,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인 리그로 꼽히는 EPL에서 이처럼 골 잔치를 벌이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터다.
특히 아스널과 우승 경쟁이 치열하던 4~5월에는 5경기 연속골을 넣기도 했다.
홀란의 활약이 없었다면 맨시티의 EPL 역전 우승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UCL에서의 활약도 눈부셨다. 12골을 몰아치며 2위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8골)를 멀찌감치 제쳐두고 득점왕이 됐다.
한 선수가 EPL과 UCL에서 모두 득점왕에 오른 것은 1998-1999시즌 드와이트 요크, 2002-2003시즌 뤼트 판니스텔로이, 2007-2008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어 홀란이 4번째다.
공교롭게도 홀란을 제외한 3명 모두 맨시티의 지역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일 때 '득점 2관왕'에 올랐다.
맨시티는 올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 FA컵에서도 우승한 터라 이날 UCL 우승으로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22세에 불과한 홀란은 오스트리아, 독일 무대에서 들어올린 트로피를 포함해 총 7차례나 공식 대회 우승을 경험했다.
가공할 득점력을 과시하는 그가 다음 시즌 얼마나 많은 골을 더 넣을지 팬들은 벌써 궁금해한다.
축구계를 호령하던 베테랑 골잡이들이 하나둘씩 유럽 무대를 떠나는 터라 홀란은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등과 다음 '축구 황제' 타이틀을 놓고 경쟁할 전망이다.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입단 예정)는 이제 미국 무대로 떠나고, 호날두(알나스르)와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 새 둥지를 틀었다.
홀란은 이날 결승전 뒤 "며칠이 지나고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는 게 실감 나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들 것 같다"면서 "난 나를 잘 안다. 분명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무득점에 그친 데 대한 아쉬움은 숨기지 않았다.
홀란은 "전반전에 일카이 귄도안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귄도안이 잭 그릴리시에게 패스하더라"라면서 "난 좋은 날에는 두 골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신경 쓰지 않겠다. 결승전에서는 승리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