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결국 연습량인 것 같습니다. 연습량을 늘리니 자신감도 생기 것 같아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7승을 거둔 박민지가 우승 비결로 '연습량'을 얘기했다.
박민지는 11일 강원도 양양에서 열린 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를 친 뒤 이예원과 연장전에서 이겼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승수를 보탠 박민지는 특히 이 대회 3연패를 달성하며 시즌 첫 승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실 올해 우승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불안감도 컸다"며 "5월 말부터 매 순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생활한 것이 저에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주 쉬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며 "연습에 대한 후회가 없도록 체력 훈련도 많이 했는데 결국 연습량이더라"고 우승 비결을 짚었다.
박민지는 KLPGA 투어 통산 17승을 달성, 고(故) 구옥희 KLPGA 전 회장과 현재 일본에서 뛰는 신지애의 20승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거둔 선수다.
그런 투어 톱 랭커가 연습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당연한 진리를 재확인한 셈이다.
그는 "사실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컸다"며 "그런데 그게 결국 독이 됐다. 물이 100도를 넘어야 끓는데 끓기 전에 '됐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자책했다.
전날 악천후로 2라운드 2개 홀을 마치지 못해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2라운드 잔여 경기를 시작한 박민지는 3라운드 역시 악천후로 3시간 이상 중단된 바람에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연장전 끝에 우승을 확정했다.
박민지는 "일찍 일어나서 머리가 몽롱하기도 했지만, 한 홀 반 정도만 쳤기 때문에 체력 부담보다는 오늘 코스를 미리 경험해보는 효과가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그는 낙뢰 위험으로 경기가 3시간 정도 중단됐을 때 위기를 맞았다.
중단되기 전까지 2위 그룹에 3타를 앞서 있었지만, 경기가 재개된 이후 2타를 잃고 오히려 연장전도 치르지 못할 뻔했기 때문이다.
박민지는 "재개된 이후 5개 홀이 남았는데 이상하게 긴장이 많이 됐다"며 "16승은커녕 우승 한 번도 못 한 선수처럼 가슴이 뛰고, 숨쉬기가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마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우승을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며 "바로 보기 2개가 나와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18번 홀을 앞두고 오히려 이예원에게 1타 뒤져 버디가 필요했던 박민지는 "그때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버디를 꼭 하려고 했다"며 "연장에서는 제가 운이 좀 더 좋았을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연장에서는 이예원의 약 8m 이글 퍼트가 왼쪽으로 살짝 빗나갔고, 박민지의 3.5m 이글 퍼트는 홀을 한 바퀴 돌고 들어가 희비가 엇갈렸다.
박민지는 "사실 (이)예원 선수 퍼트는 들어가는 줄 알았고, 제 퍼트는 돌고 나올 줄 알았다"며 "정말 이것은 잘 치고, 못 치고의 문제가 아니고 제가 운이 좀 더 좋았던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이날 승리로 연장전 통산 6승 1패로 무척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박민지는 연장에 강한 비결을 묻는 말에 "앗싸, 2등 확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못해도 2등이라는 생각, 그렇지만 이길 것이라는 마음으로 하니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우승으로 통산 17승을 거둔 것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선수가 10승 정도 하면 미국에 진출해서 제가 통산 승수 3위에 오른 것"이라고 역시 겸손하게 얘기하며 "아마 미국 진출이 없었다면 저는 10위 안에도 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17승이나 한 것은 축복이고 영광"이라며 "잘하고 있지만 아직 멀었고 실력을 더 쌓아야 한다"고 달리는 자신에게 채찍질했다.
그도 외국 무대에서 잘하고 싶은 의욕이 있다.
7월 초 US오픈과 7월 말 에비앙 챔피언십 등 메이저 대회에 출전 예정인 그는 "외국 대회에 가기 전에 오늘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아 다행"이라며 "한국에서 우승 못 하고, 외국 대회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낼까 봐 걱정이 있는데 오늘 우승이 좋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