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년 차 최승빈(22)이 KPGA 코리안투어 최고(最古)이자 최다 상금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최승빈은 11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5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7언더파 64타를 때려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우승했다.
동갑내기 2년 차 박준홍을 1타차로 제친 최승빈은 작년 데뷔 이후 불과 23번째 출전 대회 만에 첫 우승을 따냈다.
KPGA 선수권대회는 1958년에 시작해 올해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열린,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우리금융 챔피언십과 제네시스 챔피언십과 함께 가장 많은 상금이 걸렸다.
최승빈은 우승 상금 3억원에 2028년까지 KPGA 코리안투어 시드권, 그리고 KPGA 선수권대회 평생 출전권을 받았다.
최승빈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미국 진출을 꿈꾸고 있기에 5년 시드는 큰 자산"이라면서 "곧 이사할 예정인데 상금으로 좀 더 큰 집을 구하는 데 보태겠다"고 활짝 웃었다.
최승빈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작년에 데뷔한 KPGA 코리안투어에서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다.
고교 졸업까지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받고 저녁 6시에야 연습을 시작하는 등 골프에 전념한 또래 선수들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최승빈은 "공부와 골프를 병행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를 지낸 적이 없는 그는 상비군으로 한번 뽑혔을 뿐이다. 골프도 독학으로 배웠다.
KPGA 코리안투어에 와서도 신인이던 작년 상금랭킹 69위(8천986만원)로 겨우 시드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톱 10위 입상은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열린 아너스 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공동 8위 한 번뿐이었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조짐이었다.
6번 출전해 골프존 오픈 공동 5위로 반짝했지만, 나머지 5번은 중하위권에 그쳤다.
상금도 5천359만원밖에 벌지 못해 35위에 머물던 그는 평균타수 역시 26위(72.00타)로 전혀 주목받는 선수 아니었다.
그가 이 대회에 앞서 23개 대회에 번 상금은 1억4천345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장타 부문 2위(평균 322.02야드)에 오른 만큼 장타력 하나는 남부럽지 않았던 그는 마침내 최고 권위 대회에서 잠재력을 터트렸다.
최승빈은 "지난겨울에 처음으로 전문 코치(이시우) 캠프에서 전지훈련을 했다"면서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승의 원동력은 기술 향상보다는 컷 통과나 바라던 태도를 버리고 "처음부터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라고 최승빈은 밝혔다.
1타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승빈은 15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 박준홍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를 주고받았다.
16번 홀(파4)에서 3퍼트 보기로 박준홍에 1타차 2위로 밀려난 최승빈은 17번 홀(파4) 버디로 만회했다.
곧이어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박준홍에게 또 1타차로 밀린 최승빈은 18번 홀(파4)에서 1.5m 버디를 잡아내 다시 공동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최승빈은 "17번 홀 티박스에서 순위표를 보고 버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17번 홀은 파만 해도 만족한 곳인데 운 좋게 버디가 나왔지만 18번 홀은 버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최승빈의 우승은 박준홍이 18번 홀(파4)에서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4m 파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결정됐다.
박준홍은 18번 홀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바람에 땅을 쳤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박준홍의 경기를 지켜봤던 최승빈은 "친구와 함께 연장전을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승빈과 2년 차 동기인 박준홍은 6타를 줄인 끝에 데뷔 이후 최고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2019년 챔피언 이원준(호주)과 김태호, 김민수가 공동 3위(10언더파 274타)에 올랐다.
4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이정환은 1타를 줄여 공동 6위(9언더파 275타)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