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KPGA 선수권대회는 역대 챔피언에게 평생 출전권을 부여한다.
이 혜택 덕분에 해마다 이 대회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원로 골퍼들도 젊은 후배들과 기량을 겨루는 모습을 연출한다.
대부분 출전에 의미를 두지만 62세 김종덕은 다르다.
그는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서 대회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 9일 62세 5일의 김종덕은 2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142타로 거뜬하게 컷을 통과했다.
이에 그치지 않은 김종덕은 11일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2타를 적어내 공동 52위(2오버파 286타)로 대회를 마쳤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대회 때마다 우승 후보로 꼽는 서요섭이나 이형준, 정찬민, 한승수(미국) 등 쟁쟁한 후배들을 앞질렀다.
이날 10번 홀에서 시작한 김종덕은 "오늘도 잘 풀어나가다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려 더블보기를 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17번 홀 더블보기 외에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곁들였다.
214야드의 17번 홀은 정상급 선수들도 파세이브만 해도 안도하는 어려운 홀이다.
김종덕은 "7번 우드로 안전하게 친다는 게 그만 힘이 들어가서 뒤땅을 쳤다"고 웃었다.
1985년부터 프로 골프 선수로 뛴 김종덕은 KPGA 코리안투어에서 9승,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4승을 거두는 등 당대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김종덕이 또래 선수들과 다른 점은 '영원한 현역'을 고집한다는 사실이다.
50세가 넘어가면 웬만한 선수들은 은퇴하고 다른 일에 손을 댄다. 골프 관련 사업을 하거나 레슨을 주로 한다.
하지만 김종덕은 시니어투어에서도 15승을 따낼 만큼 필드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나는 언제까지나 골프 선수"라면서 "다른 일을 한 적이 없다. 나는 레슨도 하지 않는다. 모든 생활이 선수로서 컨디션 유지 위주"라고 말했다.
"특별한 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는 아령과 고무 밴드를 손에 놓지 않는다. 체력과 유연성을 유지하려고 보통 정성을 기울이는 게 아니다.
그는 지금도 드라이버로 260야드는 거뜬하게 보낸다.
그의 다음 목표는 KPGA 선수권대회에 이어 한국 프로 골프에서 두 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오픈 최고령 컷 통과다.
한국오픈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은 최상호(68)가 2008년 세운 53세.
작년 한국 시니어 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오는 22일 개막하는 한국오픈에 출전하는 김종덕은 "꼭 통과를 이뤄 최고령 기록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김종덕이 노리는 진짜 목표는 최상호가 가진 KPGA 코리안투어 최고령 컷 통과(62세 4개월 1일) 기록 경신이다.
오는 9월 열리는 KPGA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는 컷을 통과해도 최상호의 대기록을 깨지 못하는 김종덕은 "코리안투어가 더 자주 출전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