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타=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 이승원이 11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그랜드 브리조 호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6.13 [email protected]
(라플라타[아르헨티나]=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은 김은중호의 4강 진출과 함께 한국 축구의 새로운 '미래'를 발견하는 무대로도 남았다.
유럽파 김용학(포르티모넨스)이나 사실상 유일한 K리그1 팀 주전급이던 배준호(대전) 정도를 빼면 '무명'이나 다름없던 선수들이 무관심과 부상 등 갖은 악재를 딛고 기대를 뛰어넘는 4강 성적을 합작해 개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중 가장 강렬하게 이름 석 자를 새긴 선수가 대표팀 주장인 미드필더 이승원(강원)이다.
이승원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와 단판 승부를 포함해 7경기를 치르는 동안 3골 4도움을 올려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로 맹활약했다.
4년 전 폴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 때 이미 슈퍼스타였던 이강인(마요르카)이 남긴 6개(2골 4도움)를 앞지르는 FIFA 주관 남자 대회 한국 선수의 최다 공격 포인트 신기록이었다.
한국의 4강 진출에 앞장선 이승원은 대회를 마친 뒤 최우수선수(MVP)인 골든볼과 2위에 해당하는 실버볼에 이은 3위 격인 브론즈볼을 거머쥐었다.
(라플라타=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1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시상식에서 이승원이 아디다스 브론즈볼을 수상하고 있다. 2023.6.12 [email protected]
한국 남자 선수가 FIFA 성인 및 연령별 월드컵에서 개인상을 받은 건 2002 한일 월드컵 때 홍명보 현 울산 현대 감독이 브론즈볼을 받고, 4년 전 U-20 월드컵에서 이강인이 골든볼을 차지한 데 이어 세 번째다.
아르헨티나를 떠나기 전 만난 이승원은 "축하 메시지가 많이 왔는데, 아직 답하지 못한 채 읽고만 있다. 큰 상을 받았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상을 많이 받아본 선수는 아닌데,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상을 받아 더 의미가 큰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이승원은 이런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이번 시즌 K리그1 강원FC에 신인으로 입단했으나 리그 데뷔는 하지 못한 채 B팀이 뛰는 K4리그 경기에만 나섰다.
U-20 전엔 연령별 대표 출전 기록조차 없었는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선수 발굴을 위해 대학 경기 등 곳곳을 누비던 김은중 감독의 눈에 띄어 지난해 뽑히기 시작했다.
김은중 감독은 "경기를 보며 한두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원하는 축구에서 미드필더의 기본이 되는 선수라고 판단했다"며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경기 운영이나 센스, 2선에서 침투하는 순간적인 움직임이 좋았다"고 전했다.
(라플라타=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8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이탈리아의 전반전 경기에서 이승원이 동점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3.6.9 [email protected]
이승원은 "대표팀 경력이 없었기에 처음 소집됐을 땐 월드컵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냥 지켜보는 자리인가보다 했는데, 월드컵을 목표로 준비하는 팀이더라"면서 "매번 소집에 최선을 다하고 나를 보여주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장점을 저도 확실히 몰라서 방황한 시기도 있었다. 대표팀에서 저도 득점에 직접 연관되는 등 '튀는' 선수가 되길 원할 때도 있었는데, 제가 그러면 안 되는 선수라는 걸 점차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은중 감독은 "어느 날 승원이가 제게 '저를 왜 처음 발탁하셨었나. 주장은 어떤 점 때문에 시키셨나'라고 묻더라. 활동량과 몸싸움이 좋고, 책임감도 갖추고 헌신할 선수라고 생각해 중추적인 역할을 할 만한 스타일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아르헨티나까지 온 이승원은 선수 생활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라운드에서 기량으로 앞장서는 것은 물론, 팀의 주장으로 중심을 잡는 리더십도 뽐내며 '원팀' 김은중호를 만들고 세계적인 인정도 받았다.
(라플라타=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 이승원이 11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그랜드 브리조 호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6.13 [email protected]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갈 그의 앞엔 여전히 현실의 벽이 존재한다. 그는 아직도 프로축구 K리그엔 공식 데뷔하지 못한 신예 선수다.
이승원은 "이번 대회에서 잘하고 갔다고 해서 소속팀에서 경기에 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여기서 배운 걸 돌아가서 잘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주장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지만, 미래엔 성인 대표팀에 발탁돼 거기서도 주장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아직은 아득하지만, 더 큰 꿈도 품었다.
"브론즈볼 트로피가 생각보다 아주 무거웠다"는 이승원은 "골든볼이 왜 골든볼인지 알겠더라"고도 했다.
그는 "골든볼은 빛나는 게 다르더라. 그걸 보니 브론즈볼은 우중충하게 느껴졌다"면서 "브론즈볼을 받아보니 '금색' 욕심도 났다. 성인 대표팀에서 받아보는 걸 목표로 계속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