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덴버 너기츠가 미국프로농구(NBA) 우승을 확정하는 버저가 울리자 니콜라 요키치(28·세르비아)는 상대 팀 마이애미 히트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하나하나 안아주고 위로했다.
창단하고서 56년 된 덴버에도, 자신에게도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었으나 요키치의 표정에는 큰 변화 없이 잔잔한 미소만 흘렀다.
요키치가 어떤 선수인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덴버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볼 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NBA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5차전에서 마이애미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포스트시즌 내내 정규리그에서처럼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덴버를 우승으로 이끈 요키치는 만장일치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빌 러셀 트로피를 받았다.
요키치는 "이 트로피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옆에 서 있는 동료들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다소 '심심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앞서 우승 소감을 말할 때는 "집에 가고 싶다"며 웃기도 했다.
요키치는 조용하다. 코트에서 묵묵히 농구만 할 뿐 말주변이나 화려한 사생활로 시선을 끄는 법이 없다.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 2년 연속으로 정규리그 MVP를 받은 리그 최고의 빅맨이지만 올 시즌 유니폼 판매 순위 15위 안에도 못 들 정도로 '스타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같은 동유럽 출신인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댈러스)는 4위였다.
그런데 농구 스타일에서도 어느 한 군데 '모난 곳' 없는, 꽉 찬 '완성형 센터'여서 요키치는 무서운 선수다.
요키치는 키 211㎝에 윙스팬(양팔을 좌우로 벌린 길이) 221㎝라는 타고난 체격을 앞세운 득점력은 물론이고, 적시 적소에 찔러주는 패스에 3점포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손쉽게 덩크가 가능할 때도 힘 덜 쓰는 레이업으로 득점할 정도로 화려한 플레이를 멀리하고 기본기에 충실하다.
여기에 'BQ(농구 지능)'까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비 상황에서 상대의 패스 길목을 미리 읽고 선점하는 움직임이 발군이다.
기복도 없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요키치의 득점이 10점 미만에 그친 것은 단 3경기뿐이다.
요키치의 별명은 '조커'다. 원래 그의 성에 말장난을 더해 만든 별명인데, 지금은 카드 게임에서 좋은 패로 여겨지는 조커처럼 압도적인 선수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요키치가 시작부터 빛났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세르비아 리그에서 프로로 데뷔한 요키치는 이곳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2014년 NBA 드래프트에 참가했으나 2라운드 11순위, 전체 41순위로 덴버에 지명받았다.
많은 구단이 그가 발이 느리고 점프력 등 운동능력이 떨어져 대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본 결과다.
요키치는 8시즌 동안 마이클 멀론 감독과 동고동락하며 꾸준히 발전해나갔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NBA 사상 처음으로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500점-250리바운드-150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챔프전 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 30점-20리바운드-10어시스트를 돌파하는 등 코트를 지배하더니 생애 첫 우승 트로피와 MVP 트로피를 함께 거머쥐었다.
요키치는 역대 챔프전 MVP 중 드래프트 순위가 가장 낮은 선수다.
요키치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대단한 여정이었다"면서 "41순위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이 코트에 설 수 있다면 누구나 똑같은 선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