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K리그1 울산 현대 소속 일부 선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 대화를 나눈 것에 대해 홍명보 울산 감독이 고개를 숙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홍명보 감독은 13일 강원 원주 오크힐스CC에서 열린 2023년 축구인 골프대회에 참석해 "팀을 책임지는 감독으로서 물의에 대해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홍 감독은 "실명이 거론된 선수와 가족, 그 선수의 현재 소속팀인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팬, 태국 축구 팬에게 정말 죄송하다. (사살락 하이프라콘 선수가) K리그 전북 현대에서도 뛰었는데, (국내) 팬들에게도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인종차별은 축구를 떠나 세계적인 문제다. 분명히 없어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언제든지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다시 한번 프로 선수의 책임감으로 인종 차별에 대한 무거운 인식을 새길 것"이라며 "재발 방지 약속을 드려야 할 것 같고, 우리 구단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아주 좋은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울산 구단은 전날 구단 SNS 계정을 통해 "선수단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피해 당사자와 관계자 그리고 팬 여러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른 시일 안에 사태를 파악한 뒤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소속 인원 전원 대상 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축구연맹은 14일까지 울산 구단의 경위서를 받은 뒤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인종차별 피해 당사자인 사살락은 전날 SNS에 "이 자리에 오기까지 비난도 많이 받았으나 그 사람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고 기다려주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이분들만이 내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고, 나를 자랑스러워한다"고 적었다.
고향에서 전북 유니폼을 입고 자신을 응원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함께 올려 메시지가 이번 사건과 직결된 것임을 짐작게 했다.
이번 인종차별적 대화는 울산의 수비수 이명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알려졌다.
이명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팀 동료 이규성, 정승현 등이 댓글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뜬금없이 수비수 사살락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들은 이명재를 향해 '동남아 쿼터'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박용우는 '사살락 폼 미쳤다'라는 글을 남겼고, 팀 매니저까지 '사살락 슈퍼태킁(태클)'이라고 적었다.
축구 팬들은 '사살락'의 실명이 등장한 게 이명재의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다는 이유로 선수들끼리 서로 놀리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인종차별적인 언사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명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대화에 등장한 박용우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어젯밤 소셜미디어에서 팀 동료의 플레이 스타일, 외양을 빗대어 말한 제 경솔한 언행으로 상처받았을 사살락 선수 그리고 모든 팬, 주변인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