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의 스탠리 크랑키 구단주는 13일(한국시간) 홈인 콜로라도주 덴버의 볼 아레나에서 저말 머리의 격한 포옹을 받았다.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5차전에서 94-89로 마이애미 히트를 꺾고 4승째를 수확, 첫 우승을 일군 덴버의 선수, 코칭스태프, 임직원들은 모두 환희에 차 코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인내심을 가지고 날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우린 해냈어요."
이 가운데 머리가 크랑키 구단주를 힘껏 껴안으며 이런 인사를 전하는 장면이 현지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머리는 챔프전 5경기 평균 21.4점 10어시스트 6.2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평균 30.2점 14리바운드 7.2어시스트를 기록,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니콜라 요키치와 덴버 공격을 쌍끌이했다.
NBA 사상 챔프전에 출전한 팀에서 두 명이 모두 25점·5리바운드·5어시스트 이상 기록을 낸 건 덴버가 처음이다.
머리는 덴버가 챔프전 무대를 밟는 과정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수훈 선수였다.
2022-2023시즌 플레이오프(PO) 20경기에 모두 출전, 매 경기 26.1점 7.1어시스트로 올리며 덴버의 외곽 공격을 책임졌다.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와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서는 평균 32.5점을 폭발하며 시리즈 4전 전승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특히 2차전에서는 4쿼터에만 23점을 넣는 등 37점을 몰아치며 108-102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머리가 없었다면 덴버 공격의 엔진인 요키치에 쏠리는 부담이 급증했을 터다.
실제로 지난 시즌 요키치가 이끄는 덴버는 우승팀 골든스테이트와 PO 1회전에서 만나 1승 4패로 탈락했다.
요키치가 5경기 평균 31점 13.2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지만, 혼자서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 강팀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시즌 덴버의 우승은 구단 수뇌부가 견지한 '인내심의 승리'이기도 하다.
머리는 2021년 4월 19일 골든스테이트와 경기에서 무릎을 다쳤다.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이었다.
이 부상으로 머리는 2020-2021시즌 PO는 물론, 2021-2022시즌을 통째로 결장했다.
2022-2023시즌 개막전인 유타 재즈와 원정 경기에서야 555일 만에 코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친 직후 부상의 심각성을 직감한 머리는 마이크 말론 덴버 감독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좌절했다고 한다.
말론 감독은 지난달 21일 레이커스와 서부 결승 3차전을 이긴 후 현지 취재진에 "당시 머리가 '날 트레이드할 건가요? 난 다쳤고 이제 트레이드될 차례인가요?'라고 물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난 그때 '그렇지 않다. 넌 우리 팀의 일원이고 널 사랑한다. 돌아올 수 있도록 돕겠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다'라고 답했다"고 돌아봤다.
우승 기념 모자를 쓰고 볼아레나 복판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선 머리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홈팬들이 보낸 격려의 환호·박수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
머리는 훌쩍이면서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저 놀라운 기분입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보였던 피, 땀, 눈물을 알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팀원, 이 코트에 서 있는 모두가 날 믿어줬고, 나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믿었습니다."
머리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지명돼 줄곧 덴버에서만 뛰었다.
이번 우승은 덴버가 1967년 창단 후 56년 만에 거둔 첫 번째 쾌거다.
아메리칸농구협회(ABA) 소속팀으로 출범해 1976년부터 NBA에서 경쟁한 덴버는 올 시즌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내친김에 우승까지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