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선수의 이름을 언급하며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울산 현대 소속 선수들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16일 "울산 구단에 오는 22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상벌위 일정을 통보했다"라며 "SNS에 등장한 이명재, 이규성, 정승현, 박용우 등 선수 4명과 팀 매니저가 상벌위 출석 대상"이라고 밝혔다.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 K리그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해 상벌위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0∼90년대에 대한축구협회가 프로축구를 관리할 때도 인종차별 관련 상벌위가 개최됐다는 기록은 없다.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실제로 사안이 상벌위까지 올라간 적은 없었다.
이번 '인종차별 논란'은 11일 울산 수비수 이명재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공개되면서 발단이 됐다.
이명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팀 동료 이규성, 박용우 등이 댓글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뜬금없이 2021년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태국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사살락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들은 이명재를 향해 '동남아 쿼터'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박용우는 '사살락 폼 미쳤다'라는 글을 남겼고, 팀 매니저까지 '사살락 슈퍼태킁(태클)'이라고 적었다.
축구 팬들은 '사살락'의 실명이 등장한 게 이명재의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다는 이유로 선수들끼리 서로 놀리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인종차별적인 언사라고 비판에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이명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박용우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사과했다.
울산 구단은 물론 홍명보 감독도 곧바로 사과의 글을 남기면서 자체 징계를 약속했다.
프로연맹 역시 지난 14일 구단으로부터 경위서를 받고 내부 협의를 통해 22일 '인종차별 논란'에 등장한 선수 4명과 팀 매니저를 모두 상벌위에 출석시키기로 결정했다.
프로연맹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최대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1천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를 받을 수 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SNS에 올라온 글들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5명 모두 출석하도록 했다"라며 "상벌위원들이 이들의 진술을 따로 듣고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축구 출범 이후 인종차별 행위로 상벌위가 열리는 것은 공식적으로 자료가 남아있는 2000년 이후 처음이다. 1980∼90년대 축구협회에서 프로축구를 관장할 때도 인종차별 관련 상벌위 징계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도 소속 구단과 프로연맹의 상벌위 결과를 놓고 추가 상벌위 개최를 검토하기로 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대표팀의 품위를 손상하면 축구협회의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라며 "구단과 프로연맹의 징계 수위를 보고 상벌위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