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웃음꽃이 만발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팬들 앞에 선보이며 페루전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300명의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1시간가량 공개 훈련을 진행했다.
전날 페루와 평가전에서 0-1로 패한 터라 분위기가 어두울 법도 하건만, 클린스만 감독과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는 밝은 얼굴로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이어 선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그라운드에 나선 '주장' 손흥민(토트넘)도 본격적인 훈련 시작 전 클린스만 감독과 담소를 나눴다.
중국에서 구금된 상태인 손준호(산둥 타이산)와 페루전이 끝나고 어깨 통증을 느껴 검진받으러 병원을 찾은 안현범(제주)을 빼고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23명 모두가 훈련에 참여했다.
20분가량 그라운드 곳곳에 흩어져 자유롭게 공을 차던 선수들은 7~8명씩 3그룹으로 나눠 '공 뺏기' 훈련을 시작했다.
5명이 '원터치'로 공을 돌리는 가운데 2명이 압박해 끊어내는 훈련으로, 터치가 불안해 패스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자 일부 선수는 야속한 마음을 가득 담아 '으아', '아오'하는 괴성을 질러 참관한 팬들을 웃겼다.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은 손흥민은 이날 훈련 전 과정에 참여했다.
뙤약볕에도 그늘을 찾지 않고 그라운드와 최대한 가까운 좌석에서 선수들을 지켜본 팬들이 '손흥민 아프지마'라고 합심해 외치기도 했다.
현역 시절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였던 만큼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훈련의 상당 부분을 공격수들을 지도하는 데 할애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 나상호(이상 서울) 등 공격수들은 촘촘하게 세워둔 장애물 사이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드리블하는 연습을 마친 후에 본격적으로 '결정력 키우기'에 나섰다.
페널티박스 2개를 붙여 확보한 그라운드 면적 양쪽에 골대를 두고 공격수들끼리 1대1 대결을 붙인 것이다.
한 선수가 먼저 공격해 슈팅까지 마무리하는 순간 공수가 바뀌는 식으로, 문선민(전북)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낸 손흥민이 벼락같은 왼발 슈팅으로 조현우(울산)가 지키는 골문을 뚫어내고 멋쩍게 웃었다.
공격하던 중 황의조의 수비에 막혀 넘어진 조규성(전북)은 이 훈련을 주관한 클린스만 감독에게 장난삼아 페널티킥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같은 방식으로 2대2, 3대3 공격에 나서 페널티박스 내 마무리를 집중적으로 훈련한 대표팀 선수들은 현장에서 선정된 60명의 팬과 만나 유니폼에 사인을 해주는 등 '팬 서비스' 시간도 가졌다.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선수들은 이날 훈련에 착용한 축구화에 친필 사인을 담아 경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손흥민 축구화'의 주인공이 된 이 모 씨는 "너무 기쁘다. 이런 선물을 받게 될 줄 몰랐다"며 "이런 걸 처음 받아봐서… 일단 보관함에 넣어두고 '가보'로 물려줄까 한다"고 웃었다.
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외박을 받았다. 하루를 쉰 선수들은 다음날 오후 2시 대전에 마련된 숙소로 모여 20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엘살바도르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