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연합뉴스) 권훈 기자 = 메이저대회에서만 2승을 올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년 차 홍지원(23)은 장타 순위에서는 바닥권이다.
신인이던 2021년에 장타 순위 80위였던 그는 지난해에는 91위에 불과했다.
올해는 순위가 더 떨어져 115위까지 내려왔다.
18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최종일에 연장전 끝에 우승한 홍지원은 "장타 선수가 장타가 무기인 만큼 나는 정확성이 무기"라면서 "볼이 다른 선수 뒤에 있어도 페어웨이에서만 놓여 있다면 더 잘 붙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홍지원은 "비거리를 늘릴 생각은 없다"면서 "비거리를 늘리려고 해봤지만 외려 정타에 맞지 않아서 포기했다. 비거리가 더 나면 좋긴 하겠지만 내 비거리를 인정하고 내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아닌 게 아니라 홍지원은 거리는 짧지만, 드라이버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친다.
올해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은 단연 1위(88%)를 달린다.
홍지원은 지난해 생애 첫 우승을 깊은 러프와 빠른 그린으로 악명 높은 한화 클래식에서 따냈고, 두 번째 우승 역시 코스 난도가 높기로 소문난 한국여자오픈에서 거뒀다.
그는 "남들이 다 잘 치는 쉬운 코스보다 코스 공략이 어려운 코스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단점인 드라이버 비거리 보완 대신 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또 퍼트 실력을 향상하려고 지난 겨울 훈련 때는 퍼티 훈련을 전보다 2배 늘렸다고 털어놨다.
전지훈련 때 캐디를 동반했다는 홍지원은 "그 덕분인지 그린에서 라인 파악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홍지원은 짧은 비거리 때문에 주니어 시절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가대표는커녕 상비군조차 뽑힌 적이 없다.
한국여자오픈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출전 기회를 준다.
동갑인 박현경, 임희정, 조아연 등은 주니어 때부터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했다. 최근 한국여자오픈 챔피언 임희정, 박민지, 유소연, 이다연, 오지현 등은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다.
이날 홍지원과 연장 승부를 펼친 마다솜과 김민별은 물론 공동 4위 박민지, 공동 6위 홍정민과 이예원은 모두 국가대표를 지냈다.
홍지원은 "국가대표를 달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으며 컸다. 상비군도 못 한 내가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건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메이저대회 2승으로 자신감이 붙은 홍지원은 다음 목표도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잡았다.
"이번 시즌에 남은 3개 메이저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리겠다"는 홍지원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도 이루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작년까지는 KLPGA투어 시드 10년 연속 유지가 최우선 목표였던 홍지원은 "1년에 한 번 이상은 우승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대중에게 더 알려지고 싶다"는 홍지원은 "요즘 팬들은 시원한 장타에 환호하지만 '홍지원 표' 골프도 보면 재미있다. 위험한 곳은 배제하는 '홍지원 표' 골프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권하고 싶다. 볼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여전히 골프가 어려워 때로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생긴다는 홍지원은 "그럴 때마다 김연아 경기 영상을 보면서 용기를 얻는다"고 밝혔다.
홍지원은 "미국 무대는 워낙 비거리가 모자라 갔다가는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봐 꺼려진다"면서 "10년 정도 국내에서 뛰다가 일본 무대는 노크해볼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