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남자배구 대표팀 정지석 선수가 2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공개훈련에 앞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3.6.21 [email protected]
(진천=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부상으로 V리그에서 못 뛰는 한이 있더라도 악착같이 뛰겠다."
1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정지석(28·대한항공)이 남다른 결의를 밝혔다.
한국 남자배구 현역 최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꼽히는 정지석은 지난해 5월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물의를 빚어 대한배구협회의 '대표 선수 강화훈련 1년 자격 정지'를 처분받았다.
이에 따라 작년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지컵,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달 징계가 끝나면서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품게 된 것이다.
다음달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저를 시작으로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에 잇달아 출전하는 대표팀은 복귀한 정지석에게 큰 기대를 건다.
정지석은 2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대표팀 공개훈련에서 "솔직히 뽑힐 줄 몰랐는데 다시 기회가 주어져 영광이다"라며 "한 번 실수하고 돌아와 더 조심스럽고 소중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침체기에 빠진 남자배구가 반등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가져와 남자 배구가 부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팀은 올해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내년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상위 16개 국가가 출전하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초대 대회인 2018년에 최하위에 머문 뒤 한 번도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2018년 VNL 코트를 밟아봤던 정지석으로서는 대표팀 후배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젊은 선수들은 (대표팀이) 침체기에 빠진 순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미안했다"며 "VNL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뤄봤던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후배들도) 겪어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대표팀 세대교체로 어느덧 고참이 됐기에 책임감도 적지 않다.
이번 AVC 챌린저 대표팀 훈련 명단에선 현역 최고 세터 한선수(37·대한항공)와 미들 블로커 신영석(36·한국전력)이 빠지고 2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평균 25.4세로 정지석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김규민(32·대한항공), 오재성(31·우리카드), 나경복(29·군 복무 중)뿐이다.
정지석은 "부담감을 느끼지만 이젠 이겨내야 하는 단계인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18년 6월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8 VNL 남자부 4주차 13조 3차전 한국 대 중국의 경기에서 정지석이 공격하고 있다. [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