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연합뉴스) 권훈 기자 = 골프에서 샷 한 볼이 OB 구역으로 가거나 볼을 찾지 못하면 프로비저널 볼을 쳐야 한다.
예전에는 잠정구라고 했지만 2019년 규정이 바뀐 뒤부터는 프로비저널 볼이라는 영어 명칭을 쓴다.
프로비저널 볼을 칠 때 무심코 가방에서 볼을 꺼내 그대로 쳤다가는 곤란한 일을 겪을 수 있다.
괴력의 장타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인기 선수로 떠오른 정찬민은 22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 프로비저널 볼을 쳤다가 곤욕을 치렀다.
사연은 이렇다.
정찬민이 6번 홀(파4)에서 티샷한 볼은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 지역으로 날아갔다.
깊은 러프에서 3분 동안 볼을 찾았지만, 볼은 보이지 않았다.
볼 수색에 주어진 3분을 다 쓴 정찬민은 다시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 다시 티샷했다.
수색 시간 초과로 처음 친 볼은 분실구로 처리됐기에 엄밀하게 말하면 프로비저널 볼이 아니라 그냥 3타째였다.
이 3타째 친 볼도 처음 친 볼이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면서 사달이 났다.
볼을 찾던 정찬민은 같은 볼 2개를 발견했다.
둘 다 정찬민이 친 볼이었다. 애초 찾지 못했던 볼과 3타째 친 볼을 한꺼번에 찾은 것이다.
볼 2개가 같은 브랜드에 같은 번호가 새겨져 처음 친 볼과 3타째 친 볼을 구분할 수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자칫하면 오구 플레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처음 친 볼은 이미 죽은 볼이기에 만약 정찬민이 그 볼을 치면 오구 플레이가 되기 때문이다.
구별을 할 수 없어 쩔쩔매던 정찬민은 경기위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기위원은 동반 선수, 주변에 있던 경기 진행 요원 등의 증언과 볼 위치 정황 등을 토대로 3타차 친 볼을 특정해줬다.
볼 하나는 러프에, 하나는 벙커에 빠져있었기에 정황상 벙커에 놓인 볼이 3타째 볼로 판단했다.
다행히 정찬민은 네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보기로 막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간이 20분 가까이 흐르면서 정찬민은 흐름이 끊겼다.
2오버파 73타로 1라운드를 마친 정찬민은 "시간을 소비한 일로 흔들린 것 같다"면서 "코스가 정말 어려웠다. 러프에 들어가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했지만 티샷이 많이 흔들려 타수를 잃었다. 컷 통과를 하면 컨디션을 빨리 올려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골프협회 룰 담당 구민석 팀장은 "프로비저널 볼을 칠 때는 처음 쳤던 볼과 다른 번호, 또는 별도의 표시를 하고 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