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나이가 드니까 예전보다 느려지긴 했어요. 예전이라면 서서 들어갔을 텐데, 이제는 슬라이딩으로 3루에 들어가야 살겠더라고요."
프로야구 kt wiz 내야수 황재균(36)은 KBO리그 역대 21번째 통산 3천 루타 달성 순간을 숨 가쁜 호흡과 필사적인 슬라이딩으로 떠올린다.
황재균은 지난 21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2로 맞선 6회 초 주자를 1루에 놓고 결승 1타점 3루타를 쳤다.
이 안타로 그는 정확하게 통산 3천 루타를 채웠다.
통산 루타가 자주 쓰이는 기록은 아니라도, 선수의 장타율을 구하기 위한 기본 자료다.
황재균은 22일 수원 롯데전을 앞두고 "3천 루타는 아예 생각 못 하고 있었다. 몇 개를 한 줄도 몰랐고, 그저 야구를 오래 했다는 생각만 든다"고 기록 달성의 소감을 전했다.
덤덤하게 말했어도, 야구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서는 아내와 함께 조촐하게 자축했다.
황재균은 지난해 12월 걸그룹 티아라 출신의 가수 지연과 결혼한 새신랑이다.
황재균은 "집에 갔더니 아내가 축하한다고 해서 파티했다. 오랜만에 둘이 맛있는 거 먹어야겠다 싶어서 피자를 먹었다. 원래는 잘 안 먹는데 '치팅 데이'(식단 조절 중 하루는 먹고 싶은 걸 먹는 날)를 해도 되겠다 싶더라"며 웃었다.
3천 루타 기념구를 전달받았다는 황재균은 "사실 기념구를 지금까지 보관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공개했다.
그는 "KBO 전체 1등 기록이라면 챙길 텐데 (3천 루타 같은 건) 그게 아니다. 없어져도 '어딘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만다"고 말했다.
대신 2021년 kt 창단 최초이자 황재균 개인으로도 처음으로 받은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는 가보처럼 보관한다.
황재균은 "우승 반지는 (진열장) 제일 위에다 딱 올려놨다"고 미소를 보였다.
지금은 웃고 있어도, 황재균의 이번 시즌 출발은 험난했다.
자기 파울 타구에 맞아 새끼발가락과 발등이 부러지면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고, 시즌 초반 팀은 추락을 거듭했다.
황재균은 "내가 빠졌을 때 팀이 이기면 그나마 덜 미안한데, 그게 아니라 힘들었다. 다행히 우리 팀은 올라가고 있고, 마지막에는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황재균을 비롯해 시즌 초반 주전 선수가 줄줄이 부상으로 쓰러진 kt는 한때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6월 들어 13승 5패, 승률 0.722로 이 기간 리그 최다 승률 팀으로 변모한 kt는 29승 2무 34패로 리그 7위로 순위를 회복했다.
5위 키움 히어로즈(32승 35패 2무)와는 고작 1경기 차다.
황재균은 "분위기가 예전으로 돌아온 거 같다. 어느 팀이든 연패하면 분위기가 처지는데, 그래도 최근 계속 이기다 보니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우리 팀은 내야 수비와 투수가 좋은 팀이다. 특히 투수가 좋은 팀이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시즌 초반 1할대까지 떨어졌던 황재균의 타율은 6월 들어 상승곡선을 그린다.
이달 그의 타율은 0.364이며, 덕분에 시즌 타율도 정확히 0.300(110타수 33안타)으로 3할에 복귀했다.
22일 수원 롯데전에서도 5회 1타점 적시타를 포함해 3타수 1안타로 활약을 펼쳐 팀의 4-2 승리에 앞장섰다.
황재균은 "시즌 초반에는 '멘도사 라인'(타율 1할대 타자를 가리키는 야구 은어)이라는 표현도 나왔지만, 금방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