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유치 계획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협력국 그리스, 이집트에 전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스페인 스포츠 매체 마르카는 23일(한국시간)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이 그리스, 이집트 측에 월드컵 유치 의사를 철회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는 연락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회 유치를 원하는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연합의 경쟁력을 가늠해본 후 유치전에서 빠지기로 한 것"이라며 "세부적으로 따져보니 현실적으로 이길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앞서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도 22일 "그리스와 사우디가 이집트와 공동 유치 계획을 철회하는 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30 대회는 유럽이 국제적 행사를 열 순서라는 여론이 있어 스페인, 포르투갈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해설했다.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의 지휘 아래 국가 경제에서 석유 산업 비중을 낮추는 게 골자인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 중인데, 이 일환으로 2030 월드컵 유치를 노린다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사우디 관광부의 아흐마드 하티브 장관이 지난해 11월 말 그리스·이집트와 대회 공동 유치를 원한다고 언론에 밝혔으나, 부처 차원에서 공식 유치안은 아직이라고 하루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당시 하티브 장관은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리스, 이집트와 공동 유치를 고려 중이다. 우리의 제안이 최종적으로 선택을 받았으면 한다"며 "분명히 3개국은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할 것이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미에서도 우루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4개국이 2030년 월드컵 공동 유치를 원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1930년 초대 우루과이 대회에서 딱 100년 후 열리는 행사인 만큼 '대회 발원지'인 남미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외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함께 대회 유치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축구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상징적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었는데, 지난 3월 모로코가 또 다른 공동 유치국으로 합류하자 디애슬래틱 등 매체들이 우크라이나가 빠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지난 4월 초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가 이런 전망을 일축하며 "스페인, 모로코, 우크라이나와 함께 대회를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고 포르투갈 매체 헤코르드가 전했다.
그러나 안드리 파벨코 회장이 인조 잔디 공장 건설과 관련된 돈세탁·사기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 체포된 데다가 재판을 앞두고 지난 16일 구속되는 등 우크라이나축구협회의 내홍이 이어진 터라 4개국 협력 체제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