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트레이드되고 나서 1군 첫 경기 상대가 kt wiz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를 처음으로 뽑아준 팀을 상대해 보고 싶었거든요. 데뷔해서 kt에만 있다 보니 한 번도 상대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22일 수원 kt전에 앞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친정 팀 kt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오고 싶었다고 말했던 왼손 투수 심재민(29)의 꿈은 곧바로 이뤄졌다.
1-4로 끌려가던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등판한 심재민은 볼넷 1개를 내주긴 했어도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롯데 팬들에게 처음으로 인사했다.
첫 타자 안치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심재민은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줬다.
후속 타자 김민혁의 빠른 타구는 심재민의 글러브에 맞고 유격수 정면으로 굴절됐고, 1루에서 타자가 아웃돼 이닝에 문을 닫을 수 있었다.
롯데 1루수 고승민은 심재민이 혹시라도 다치지 않았는지 물었고, 아직은 롯데 동료들이 어색한 심재민은 엷은 미소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2014년 kt에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심재민은 10시즌 내내 kt에서만 뛰다가 지난달 19일 내야수 이호연과 1대 1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kt에서는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2017년에는 무려 64경기에 등판해 13개의 홀드를 챙겼고, 작년 시즌에도 44경기 4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3.74로 든든한 허리 노릇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4월 초 부진을 거듭한 끝에 1군에서 말소된 뒤 줄곧 퓨처스(2군)리그에서 뛰다가 트레이드 통보를 받았다.
심재민은 당시를 떠올리며 "트레이드될 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될지도 몰랐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당황했다"면서도 "입단하고 모든 것들이 kt에 맞춰져 있었는데, 롯데에 와서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는 중"이라고 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적이라 kt 동료들, 그리고 팬들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건 아직 미안한 마음으로 남았다.
심재민은 "너무 당황스러워서 인사도 못 했다. 점점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저보다 뛰어난 스타 선수도 많은데, 그 선수들만큼이나 팬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 싶더라. 늦었지만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심재민의 반대급부로 kt 유니폼을 입은 이호연은 곧바로 1군에 올라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코뼈 골절로 22일 잠시 1군에서 말소되긴 했어도, 끝내기 안타도 한 차례 때리는 등 25경기에서 타율 0.286, 1홈런, 10타점으로 존재감을 보였다.
반면 트레이드하고 한 달이 지난 뒤에야 1군에 올라온 심재민은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빨리 올라오고 싶었는데 몸도 안 됐고, 욕심만 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더 진지하게 훈련하고, 더 집중해서 경기에 나가니까 좋은 기회가 왔다"고 했다.
롯데는 왼손 불펜 투수가 부족한 팀이다.
현재 1군에 등록된 왼손 불펜 투수는 심재민과 김진욱(21)까지 두 명뿐이다.
6월 들어 팀이 고전하는 가운데 1군에 올라온 심재민은 "제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롯데가 성적 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원래 롯데 선수였던 것처럼 유니폼이 잘 어울린다"는 구단 직원의 말에 심재민은 본인이 생각해도 그런지 씩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