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복·야쿱·임성진 '로테이션' KB손보, 선두 도약 효과 톡톡(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탄탄한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활약을 앞세워 2025-2026시즌 V리그 초반 현대캐피탈, 대한항공과 선두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KB손해보험은 18일 부산 원정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 점수 3-1로 꺾고 선두로 올라섰다.
3연승을 달리며 시즌 6승2패(승점 19)를 기록한 KB손보는 2위 대한항공(6승1패·승점 17), 3위 현대캐피탈(4승3패·승점 13)에 앞서 있다.
OK저축은행 전에선 삼각편대인 모하메드 야쿱(26점·등록명 야쿱)과 안드레스 비예나(25점·등록명 비예나), 임성진(12점)이 63점을 합작하며 승리에 앞장섰다.
올 시즌 KB손보의 공격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비예나가 붙박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서는 가운데 왼쪽 날개를 책임지는 '3인방' 야쿱과 나경복, 임성진의 공존 방법이다.
KB손보가 지난 2024-2025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대어였던 임성진을 보수 총액 8억5천만원에 영입하자 새 시즌 임성진의 활용에 관심이 쏠렸다.
레오나르도 카르발류 KB손보 감독은 재계약한 아시아 쿼터 야쿱과 토종 간판 나경복을 주축으로 하고, 임성진을 조커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로테이션 기용' 카드를 꺼냈다.
야쿱+임성진, 나경복+야쿱, 임성진+나경복 등 세 가지 조합을 번갈아 투입하는 것.
레오나르도 감독은 "벤치 멤버를 중간에 투입하는 건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라면서 "우리 팀은 올 시즌 계속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중간에 교체하지 않고 선발 출전 선수들에게 맡기는 것"이라며 로테이션 기용으로 전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KB손보 로테이션 체제의 가장 특징은 상대 팀에 따라 선수를 기용하기보다는 세 가지 조합을 골고루 배치하면서 선발로 내세운 선수가 경기를 마무리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야쿱과 나경복, 임성진은 올 시즌 똑같이 8경기에 나섰다.
선발로 투입된 건 야쿱이 6번, 나경복과 임성진은 각각 5번이었다.
레오나르도 감독은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달 22일 현대캐피탈전(2-3 패)에 야쿱+나경복 조합을 가장 먼저 투입했다.
같은 달 26일 대한항공전(3-1 승) 야쿱+임성진, 같은 달 30일 OK저축은행 전(3-0 승) 야쿱-나경복, 이달 4일 우리카드 전(3-1 승) 나경복+임성진 조합이 가동됐다.
이어 8일 삼성화재전(1-3 패) 야쿱+임성진, 11일 한국전력 전(3-1 승) 나경복+야쿱, 15일 삼성화재전(3-1 승) 나경복+임성진, 18일 OK저축은행 전(3-1 승) 야쿱+임성진 듀오가 출격했다.
세 명의 선수에게 출전 시간을 골고루 배정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 성적에선 야쿱이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인다.
야쿱은 8경기에서 총 110점(경기당 평균 13.8점)을 뽑았으나, 선발로 나선 6경기에선 총 109점을 사냥해 경기당 평균 18.2점을 기록했다.
특히 18일 OK저축은행 전에선 올 시즌 개인 최다인 26점을 몰아쳐 외국인 주포인 비예나의 25득점보다 1점이 많았고, 성공률 54.6%의 순도 높은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나경복은 8경기에서 총 87득점(선발 출장 5경기 평균 15점), 임성진은 8경기에서 총 51득점(선발 출장 5경기 평균 10.2점)을 기록 중이다. 공격 성공률은 나경복 50.7%, 임성진 37.8%였다.
세 명 중에선 야쿱이 득점과 공격 성공률에서 모두 앞서 있고, 임성진이 맨 뒤로 밀려 있다.
레오나르도 감독은 "앞으로도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 팀에 따라 선발 출전 선수를 정할 것"이라며 "나경복과 임성진은 물론 야쿱까지 출전 기회를 나눌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시즌보다 출전 기회가 적은 나경복은 야쿱+임성진 조합이 선발로 나서면 벤치를 달궈야 하는 신세임에도 "모든 경기에 다 뛰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감독님 스타일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경복은 18일 OK저축은행 전 4세트 24-17 매치포인트에서 야쿱 대신 코트에 들어갔으나 실점 후 뛰어볼 틈도 없이 교체 아웃되자 레오나르도 감독에게 아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세 선수의 체력을 안배하며 상황에 맞춰 기용하는 KB손보의 로테이션 체제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선두권 경쟁에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