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에서 연장 승부 끝에 우승한 이가영은 '연장을 준비하고 있었느냐'는 물음에 "(우승한 선수에게 뿌려줄) 물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가영은 8일 강원도 원주시 성문안CC(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까지 12언더파 204타를 치고 한진선, 김시현과 동타를 이뤘다.
사실 연장전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이가영과 김시현이 먼저 12언더파로 경기를 마쳤고, 챔피언조의 한진선이 마지막 18번 홀(파5) 1.5m 파 퍼트만 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가영은 "연장을 기대하지 않았고, 물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한)진선 언니의 첫 버디 퍼트가 좀 지나가서 '혹시'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는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7월 롯데오픈에서도 연장전 우승을 달성, 자신의 3승 가운데 2승을 연장에서 따낸 이가영은 "확실히 연장전 경험이 도움 됐다"며 "처음 연장 때는 저도 떨렸지만 이게 한 홀에서 결정이 나니까 자신감도 더 생기고, 저와 잘 맞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역시 18번 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이가영은 홀 1.5m에 공을 붙여 유리한 상황이었으나 한진선이 이번에는 10m 버디 퍼트를 넣어 2차 연장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이가영은 당시 상황을 두고 "'저게 들어가네'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래도 일단 제 퍼트를 넣어야 2차 연장에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2차 연장에서도 이가영은 1차 연장과 비슷한 거리 버디 퍼트를 남겼고, 한진선은 9m가 넘는 거리에 공을 보냈다.
2차 연장에서는 한진선의 버디 퍼트가 빗나가 이가영의 우승이 확정됐다.
1, 2차 연장에서 송곳 같은 세 번째 샷으로 승기를 잡은 그는 "1∼3라운드 때 18번 홀 플레이를 해보니 컨트롤 샷으로는 공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풀 스윙 거리를 남기려고 노력했다"며 1차 연장은 58도, 2차 연장은 52도 웨지 풀샷 거리를 남겨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드로 구질을 치다가 스윙이 좋아지면서 구질이 펴지고, 페이드도 나고 그랬다"며 "그래서 다시 드로를 치자고 마음먹고 원래 구질을 구사하려고 노력했는데 샷감도 좋아지고, 버디 찬스도 많아졌다"고 최근 상승세 이유를 밝혔다.
차분한 인상이 돋보이는 이가영은 이날 우승 후 TV 방송 인터뷰나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침착한 목소리를 잃지 않았다.
그는 "저도 최대한 화를 안 내려고 하지만 화가 안 날 수는 없다"고 웃으며 "좋았던 기억이나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비결을 공개했다.
그는 "원래 아이언샷은 자신이 있는 편이지만, 퍼터는 이번 주에도 아쉬움이 많았다"며 "올해 목표를 2승을 잡은 만큼 앞으로도 계속 승수를 쌓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음 주 메이저 대회 한국여자오픈을 앞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