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태국과 일본, 아시안투어를 거친 백석현(32)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메이저급' 대회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백석현은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태훈(캐나다)을 1타차로 따돌린 백석현은 KPGA 코리안투어 56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첫 우승을 따냈다. KPGA 코리안투어 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대회는 이번이 49번째다.
백석현은 "이런 기분인 줄 몰랐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면서 "(작년 12월 결혼한) 아내와 장인, 장모께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중학생 때 태국으로 건너가 주니어 시절을 태국에서 보낸 백석현은 태국에서 프로 선수를 시작했고 아시안프로골프투어와 일본투어 등에서 주로 뛰었고 군에 다녀오느라 KPGA 코리안투어는 2021년에야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아시안프로골프투어가 중단되자 2020년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KPGA 코리안투어에 나선 그는 지난해까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140㎏이던 몸무게를 80㎏으로 감량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은 있지만 성적으로 주목받은 적은 없었다.
올해도 이 대회에 앞서 4차례 대회에서 두 번이나 컷 탈락했고 최고 순위는 골프존 오픈 공동45위였기에 백석현의 우승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백석현은 악천후 때문에 이틀에 걸쳐 치른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2타를 때려 선두에 나선 이후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해 무명 탈출을 알렸다.
특히 백석현은 이번 대회부터 4m 이내 거리에서는 볼이 아닌 홀을 보고 퍼팅하는 이른바 '노룩'(no look) 퍼트'로 무더기 버디를 뽑아내 주목받았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컵을 보고 퍼트해 위기를 넘겼다는 백석현은 "이번 대회에서 임시방편이었다. 다음 대회부터는 블룸스틱 퍼터를 쓰면서 정상적으로 볼을 보고 퍼트하겠다"고 말했다.
백석현이 받은 우승 상금 2억6천만원은 이 대회 전까지 48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 총액 2억3천51만원보다 더 많다.
백석현은 2027년까지 KPGA 코리안투어 시드를 확보해 안정적인 프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백석현은 "4년이라는 여유가 생겼으니 스윙 등을 교정해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 올해는 국내 투어에서 집중하고 연말에 아시안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서 한국과 아시안투어를 병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호성과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백석현은 2번(파3), 3번 홀(파4)에서 보기 위기를 '노룩 퍼트'로 넘긴 뒤 4번 홀(파5)에서 8m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5번 홀(파3) 2m 버디를 보탠 백석현은 파5홀을 파4홀로 바꾼 10번 홀(507야드)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 옆에 떨구며 3타차 선두로 달아났다.
하지만 첫 우승은 쉽지만은 않았다.
14번 홀(파3)에서 이태훈이 2.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고, 그린을 놓친 백석현은 2m 파퍼트를 놓쳐 순식간에 1타차로 좁혀졌다.
승부는 16번 홀(파5)에서 백석현에게 기울었다. 이태훈이 그린을 노리고 친 두 번째 샷이 짧아서 페널티 구역에 떨어졌고 2m 파퍼트를 넣지 못해 백석현은 2타차 여유를 되찾았다.
백석현은 17번 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이태훈도 티샷을 벙커에 빠트려 보기를 적어낸 덕분에 2타차 선두로 18번 홀(파4)을 맞았다.
그는 18번 홀(파4)에서 티샷을 연못에 빠트리고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은 벙커에 집어넣어 위기를 맞았으나 벙커샷을 홀에 바짝 붙여 보기로 막았다.
백석현은 "18번 홀 티샷을 3번 우드로 치려던 생각을 바꿔 드라이버를 잡은 게 실수를 불렀다"면서도 "18번 홀 벙커에서 친 네 번째 샷이 내 인생 최고의 샷"이라고 말했다.
이날 2타를 줄인 이태훈은 18번 홀에서 7m 버디 퍼트가 홀을 비껴가 1타차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디펜딩 챔피언 김비오는 5언더파 66타를 쳐 공동3위(10언더파 274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3언더파 68타를 친 아마추어 국가대표 송민혁과 1타를 줄인 이태희도 공동3위에 올랐다.
공동선두로 출발했던 '낚시꾼 스윙' 최호성은 4타를 잃고 공동11위(7언더파 277타)로 밀렸다.
대회 공동집행위원장으로 1인 2역을 맡은 최경주는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이븐파 71타를 적어내면서 공동19위(5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