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0일 오랜만에 프로축구 K리그1 경기를 본 팬이라면 이날 대구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를 보며 황당한 웃음을 지었을 법하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대구 공격수 고재현(24)이 넣은 결승골 장면 때문이다.
전반 추가시간 대구 측면 수비수 황재원이 골대로 쇄도하던 고재현을 겨냥해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크로스는 좀 짧았다. 대전 수비수 김민덕이 넘어지며 발로 걷어냈다.
그런데 공은 굴절되며 골 지역 정면의 고재현에게 향했다. 마치 고재현의 몸에 자석이라도 달린 것 같았다.
가슴으로 한 번 트래핑한 고재현은 대전 수비수 하나를 앞에 두고 왼발 슈팅을 날려 골대를 찔렀다.
대구 팬들에게는 이런 득점 장면이 전혀 새롭지 않다.
대구 경기에서는 공이 결과적으로 고재현이 있는 쪽으로 흘러가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기 때문이다.
워낙 위치 선정이 좋아 대구 팬들이 왕년의 이탈리아 골잡이 필리포 인차기에 빗대 '고자기'라는 별명까지 붙였을 정도다.
고재현은 이런 '신묘한' 위치선정 능력 덕에 13골이나 터뜨렸다.
이번 시즌에도 이날까지 5골을 기록 중이다.
분명히 인차기처럼 골 냄새를 잘 맡는 능력이 빼어난 위치선정에 영향을 줬을 터다.
하지만 본능보다 더 도드라져 보이는 건 고재현의 '성실성'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4월 K리그1 활동량' 데이터를 보면 고재현은 총 70.17㎞를 뛰어 이 부문 3위에 자리했다.
고재현은 스프린트 횟수(244회)와 거리(4.987㎞)에서는 경쟁자들을 크게 따돌리며 모두 1위에 올랐다.
고재현이 워낙 많이 뛰다 보니 그만큼 득점 기회도 많이 잡는 것으로 보인다.
고재현은 경기 뒤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많이 뛰는 게 어릴 때부터 습관이었다"면서 "솔직히 그렇게 많이 뛴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팀이 수비 중심의 축구를 하기 때문에) 역습할 때 내가 빠르게 나가줘야 하는데, 팀 스타일에 맞게 플레이하다 보니 스프린트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대구의 '정신적 지주'인 베테랑 공격수 세징야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세징야는 약 한 달 만에 부상에서 복귀, 이날 풀타임을 소화했다.
고재현은 "'대구의 왕' 세징야가 돌아왔다"면서 "세징야 덕에 나에게 공간이 생겨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