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5월 중순에도 2할대 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16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머리를 짧게 깎았다.
이정후는 키움 구단 공식 유튜브 '큠튜브'와 인터뷰에서 "더워서 그냥 잘랐다. 나 따라서 (임)지열이 형도 자르고 온다더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중고교 야구선수처럼 짧은 머리에서 어렵지 않게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4월을 타율 0.218로 마친 이정후의 타격 감각은 5월 들어서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이정후는 4월 출전한 22경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9경기에서 안타를 못 쳤지만, 5월 들어서 무안타 경기는 단 두 차례뿐이다.
짧게 깎은 머리 덕분인지, 16일과 17일 두산전에는 각각 3안타와 2안타를 터트리는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 경기를 펼쳤다.
이정후가 이번 시즌 이틀 연속 멀티히트를 이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그의 타격 슬럼프가 길었다는 뜻이고, 이제는 길었던 잠에서 깨어난다는 걸 보여준다.
고척 두산전에서 16일 4타수 3안타에 2루타 2개, 1득점으로 활약했던 이정후는 17일에도 3타수 2안타 1볼넷에 2루타 1개, 2타점 1득점을 수확했다.
타구 방향도 고무적이다.
이정후는 올해 타구 속도 등 세부 지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상대 팀의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에 걸려 좀처럼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라운드 곳곳으로 분산되기 시작했다.
16일과 17일 몰아친 안타 5개 가운데 좌익수 쪽 타구가 2개, 우익수 쪽 타구가 3개였다.
구장 곳곳으로 타구를 보낸다면 그를 괴롭혔던 수비 시프트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두산과 2연전 몰아치기로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30에서 2경기 만에 0.253(146타수 37안타)까지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키움의 경기. 연장 10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키움 이정후가 끝내기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23.4.16 [키움 히어로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5월 월간 타율은 0.305까지 회복했고, 이번 달 때린 안타 18개 가운데 2루타가 8개다.
예상보다 늦춰지긴 했어도, 우리가 알던 '타격 천재' 이정후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정후는 빠른 공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타격 자세를 수정했다.
이 타격 자세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정작 KBO리그 개막 후에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근에 다시 예전 타격 자세로 회귀를 선언한 그는 조금씩 성과를 낸다.
이정후가 원래 모습을 되찾을 때, 투타 엇박자로 고전하는 팀 성적도 제자리를 찾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