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직원들이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5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방수포를 깔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하늘이 2025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분위기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막판부터 이어진 이른바 '가을장마'는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일정 진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13일과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준PO 3, 4차전은 정상 개최가 불투명하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13일과 14일 대구엔 비 예보가 있다.
시간대별로 강수량과 강수확률이 달라서 경기 취소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정확한 루틴을 지켜야 하는 양 팀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삼성은 이미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WC)에서 비 때문에 손해 봤다.
지난 6일 대구에서 열린 WC 1차전은 비 탓에 40분 늦게 시작됐다. 이에 따라 선발 투수 아리엘 후라도는 루틴이 깨진 채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후라도는 6⅔이닝 9피안타 3볼넷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WC 2차전도 45분 늦게 막을 올렸다.
삼성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NC를 가까스로 물리치고 준PO에 진출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삼성 타자들은 단 1안타를 치면서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소 안타 승리라는 웃지 못할 기록을 쓰기도 했다.
해당 경기 선발로 나선 삼성 원태인도 힘들어했다.
그는 경기 후 "경기 개시가 지연되면서 야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두 번 몸을 풀고 선발 등판했다"고 말했다.
선수단 체력을 최대한 아끼고 준PO에 진출하려고 했던 삼성의 시나리오는 날씨 문제로 헝클어졌다.
아울러 예상 밖의 총력전을 펼치면서 후라도, 원태인, 헤르손 가라비토, 최원태 등 선발 투수 4명을 WC 2경기에 모두 투입했다.
하늘의 변덕은 준PO에서도 이어졌다. 삼성은 9일 준PO 1차전에서 최원태의 호투를 발판으로 SSG 5-2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분위기를 2차전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이튿날 열릴 예정이던 준PO 2차전이 11일로 우천 순연되면서 흐름이 끊겼다.
삼성이 2차전에서 SSG에 3-4로 패하면서 시리즈 전적은 1승 1패가 됐다.
반면 SSG는 하루의 시간을 벌면서 장염 증세로 빠져있던 에이스 드루 앤더슨을 13일 3차전 선발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우천 취소가 삼성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해석할 순 없다.
삼성도 지쳤던 선수들의 체력을 회복하면서 재정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삼성 선수들의 머릿속에 '가을비'는 '단비'가 아닌 '흙비'로 각인돼 있다.
지난해 악몽 때문이다.
(광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서스펜디드 선언으로 우천 취소된 뒤 관련 안내문이 대형 스크린에 띄워져 있다.
남은 경기는 22일 오후 4시 6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계속된다. 2024.10.21 [email protected]
삼성은 지난해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빗줄기 때문에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다.
당시 삼성은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 2루에서 굵은 빗줄기에 경기가 중단되면서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
해당 경기는 우천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 Game·일시 정지 경기)이 선언됐고, 이튿날 재개했다.
삼성은 흐름을 잃고 역전패했고, 같은 날 열린 2차전에서도 완전히 밀리며 시리즈 전체를 망쳤다.
사자군단은 지난해 악몽을 떨쳐내고 2014년 이후 11년 만의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을까.
가을비는 삼성의 KS 우승 도전을 해갈해줄 단비일까 아니면 좌절의 눈물을 숨겨줄 흙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