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가 4:1로 승리 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5.10.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인 '졌잘싸'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다.
'경기에서 일단 졌으면 잘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올해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졌잘싸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 같다.
NC는 2025시즌 개막 전에는 '약체'로 평가받았다.
올해 실제로 최하위에 머문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2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2024시즌 13승에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한 카일 하트가 팀을 떠났고, 새로 지휘봉을 잡은 이호준 감독의 지도력에는 당연히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었다.
마무리 이용찬도 선발로 전환하며 새 마무리도 구해야 했다.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개막 전 '3강'으로 꼽힌 팀들과 정규리그 시작과 함께 줄줄이 연전을 벌이는 일정표를 두고 주위에서는 '불쌍해서 어쩌나' 하는 시선까지 있을 정도였다.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와 조화 등이 놓여 있다.
지난달 29일 창원NC파크 3루 매점 인근에서 구조물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명이 숨졌다. 2025.4.29 [email protected]
이 7연전은 3승 4패로 잘 버텼으나 LG와 2차전이 열린 3월 29일 창원 홈 경기에서 야구장 내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팬 한 명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출범 44년을 맞은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발생한 가장 비극적인 사고 가운데 하나였다.
이후 NC는 5월 중순까지 원정 경기만 치르게 됐고, 잠시 울산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하다가 5월 말부터 창원 홈 경기를 재개했다.
연고지 이전설이 불거지는 등 팀 분위기가 가라앉고, 선수단도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지만, NC는 꾸준히 5할 승률 언저리를 지켜내며 중하위권을 지켰다.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맞춰 주전 외야수 손아섭을 현금 3억원과 신인 지명권 한 장에 한화 이글스로 넘기자 주위에서 'NC가 다음 시즌을 기약하나보다'라는 말들이 나왔다.
팀 분위기도 실제로 그렇게 흐를 법했지만, 이호준 감독이 '호부지'라는 별명답게 믿음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고, 새 외국인 투수 라일리 톰슨이 시즌 17승을 따내며 하트가 떠난 자리를 메웠다.
2002년생 유격수 김주원이 타율 0.289, 홈런 15개를 치며 골든글러브 수상 후보로 성장했고, 지난해 홈런왕 맷 데이비슨도 7월 늑골 부상으로 한 달 정도 자리를 비우면서도 홈런 36개로 제 몫을 했다.
전력 이상을 짜내며 힘겹게 장기 레이스를 달려온 NC는 9월부터 부상 선수들이 줄줄이 발생해 고전했다.
박민우와 류진욱, 박세혁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팀은 여전히 7∼8위를 맴돌아 '가을 야구'는 어렵겠다고 여겼으나 이때부터 믿기지 않는 9연승을 내달리며 극적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선발 자원은 라일리와 로건 앨런, 신민혁 정도가 전부였고, 4, 5선발은 김녹원, 목지훈 등 신예들이 돌아가며 메웠다.
시즌 퀄리티스타트(선발 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가 38회로 10개 팀 중 최하위, 홀드는 103개로 10개 팀 중 가장 많았을 만큼 '벌떼 마운드'로 시즌을 치렀다.
6일부터 삼성과 치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결과적으로는 탈락했지만, 1승 1패로 맞선 시리즈의 내용상으로는 NC가 이겼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순위 경쟁을 하느라 '1선발' 라일리를 기용할 수 없었던 NC는 시즌 도중 전역한 구창모를 1차전 선발로 내세워 4-1 승리를 따냈다.
7일 2차전도 로건이 1회 흔들리며 2점을 내줬지만 2회부터 6회까지 한 명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등 삼성을 1안타로 꽁꽁 묶어냈다.
다만 기존 부상자들인 박민우, 류진욱 외에 1차전 도중 다친 박건우, 김형준까지 빠지면서 그나마 '약체'라고 전망된 전력도 100% 가동하지 못했다.
반면 삼성은 1, 2선발인 아리엘 후라도, 원태인을 모두 투입하고, 3선발 헤르손 가라비토까지 구원 등판시키는 등 총력전을 펼쳐야 했다.
이호준 감독은 7일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팀이 뭉치는 모습을 봤다. 시즌 시작할 때 이런 팀을 만들고 싶었다"며 "팬들께 마지막까지 즐거움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약속을 지켜서 다행"이라고 시즌을 마친 소감을 말했다.
외야수 최원준이 자유계약선수(FA)가 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이 감독은 "선발진 준비가 덜 돼 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시즌을 돌아보며 "선발 투수와 팀 전력층을 두껍게 하는 게 과제"라고 다음 시즌에는 이기면서 잘 싸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