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나랑 싸우지 말고 상대 타자와 싸우라는 코치님의 말씀에 따라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직구는 구위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습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의 영건 이도현(20)은 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홈경기에서 생애 첫 승리를 신고한 뒤 기쁨을 만끽했다.
팀이 7-2로 이기면서 승리투수가 확정된 후에는 이범호 감독으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받았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 때 7라운드 전체 62순위로 KIA에 지명된 이도현이 2년 만에 거둔 첫 승리였기 때문이다.
가동초-휘문중-휘문고를 졸업한 이도현은 올해 KIA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고,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아왔다.
지난 7월 2일 SSG전에 처음 등판 기회를 잡아 선발로 나섰지만, 3이닝 4실점 부진으로 패전 멍에를 안았다.
이후 네 차례 구원으로만 나섰고, 총 5경기에서 승수 없이 평균자책점 11.25로 좋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두 번째 선발 출격 명령이 떨어졌고,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첫 패배를 안겼던 SSG 타자들을 상대로 5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5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6경기 등판 만에 올린 감격스러운 데뷔승이었다.
투구 수 69개를 포함해 데뷔 후 최다 이닝에 최다 투구수 기록까지 작성했다.
1회초 1사 후 최지훈에게 우중간 2루타를 얻어맞고, 후속타자 고명준에게 3루 쪽 강습타구를 허용한 데다 류효승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에 몰렸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다음 타자 현원회 타석 때 병살타를 유도해 실점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2회와 3회 삼자범퇴 행진을 벌인 그는 4회 고명준에게 좌전안타, 현원회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1사 1, 2루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 두 명을 삼진과 플라이로 요리했다.
그는 5회 2사 후 안상현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고도 채현우를 2루 땅볼로 처리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뒤 마운드를 황동하에게 넘겼다.
타선도 2회 패트릭 위즈덤과 나성범이 백투백 1점 홈런을 터뜨리며 이도현의 데뷔승을 도왔다.
이도현은 5이닝 동안 볼넷이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제구력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무조건 경기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면서 "(포수인) (한)준수 형이 리드를 잘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