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커쇼 은퇴 보며…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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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커쇼 은퇴 보며…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오고 싶다"

빅스포츠 0 22 09.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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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와 김광현 1988년생 동갑내기…"정말 존경하는 투수"

김광현의 힘찬 투구
김광현의 힘찬 투구

(대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 6회말 SSG 선발 김광현이 투구하고 있다.
이날 데뷔 후 처음으로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김광현은 6이닝 2실점 호투로 팀의 9-3 승리를 이끌며 승리 투수가 됐다. 2025.7.26 [email protected]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광현(37·SSG 랜더스)은 1988년생 중 가장 뛰어난 야구 선수 클레이턴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동경했다.

직구와 커브만으로도 타자를 압도했던 메이저리그(MLB) 초기 시절의 커쇼와 슬라이더를 추가하고 예리하게 가다듬어 전성기를 구가하던 모습, 구위로 타자를 누르지 못할 때가 오자 여러 실험을 하며 돌파구를 찾는 과정까지 감명 깊게 봤다.

그런 커쇼가 은퇴 선언을 하고, 지난 20일 MLB 정규시즌 마지막 투구를 했다.

커쇼의 MLB 통산 성적은 453경기 2천849이닝, 222승 96패, 평균자책점 2.54, 3천45탈삼진이다.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김광현은 "1988년생 중 가장 유명한 스포츠 스타가 커쇼와 미국프로농구(NBA) 스테픈 커리다. 당연히 인연은 없지만, 동갑내기여서 더 응원하게 되더라"라며 "특히 커쇼는 같은 왼손 투수여서, 더 유심히 지켜봤다"고 밝혔다.

"커쇼의 커브는 정말 명품이다. 구위가 떨어진 뒤에는 구종을 늘리고, 볼 배합에 변화를 주면서 위기를 헤쳐 나갔다"며 커쇼의 시대별 투구 변화를 그림 그리듯 묘사한 김광현은 "커쇼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동갑이지만, 정말 존경한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김광현은 2020년과 2021년 MLB에서 뛰었지만, 다저스와 경기에서는 단 1경기만 구원 등판했다. 커쇼와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다.

김광현은 "내 또래 투수 중에 커쇼의 투구를 보지 않은 투수가 있을까. 다행히 나는 MLB에서 2년 뛸 기회를 얻어, 커쇼에 관한 얘기를 현지에서 들을 수 있었다"며 "커쇼가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고 은퇴한 것도 극적이고 대단하다"고 떠올렸다.

커쇼의 현역 마지막 등판
커쇼의 현역 마지막 등판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커쇼는 MLB에서 18시즌 동안 뛰며 사이영상 3회,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를 1번 차지했다.

전성기에는 상대를 압도했고, 구위가 떨어진 뒤에도 'MLB 정상급 투수' 자리를 지켰다.

은퇴 시즌이 된 올해에도 10승 2패, 평균자책점 3.55를 올렸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징크스는 오랫동안 커쇼를 괴롭혔다.

커쇼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3승 13패, 평균자책점 4.49다.

'다저스 에이스' 커쇼의 명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그러나 첫 우승을 차지한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 커쇼는 1차전과 4차전 승리 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전 다저스 동료 알렉스 우드는 "커쇼는 포스트시즌에서 누구보다 많은 짐을 떠안았다"고 회상했다.

2020년 마침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에 커쇼는 집에서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를 몇 주 동안 반복해서 들었다며 "어느 순간 내 어깨의 짐이 익숙해져서 그 무게가 얼마나 나를 누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개인 통산 2천 탈삼진 축하받는 김광현
개인 통산 2천 탈삼진 축하받는 김광현

(서울=연합뉴스) SSG 랜더스 김광현이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서 개인 통산 2천 탈삼진을 기록한 뒤 경기 후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벼락을 맞고 있다. 2025.9.7 [SSG 랜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김광현은 입단 첫해인 2007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해, 우승 압박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무 살부터 에이스로 불린 그의 어깨에도 늘 무거운 짐이 있었다.

김광현은 "내가 감히 '커쇼의 마음을 안다'라고 말할 수 없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어릴 때는 젊음으로 부담을 극복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그 짐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일단 나부터 중요한 경기에서 부진하면 '왜 예전처럼 안 되지'라고 자책한다. '전성기가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전성기 때의 나와 현재의 나를 대조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팀원 모두가 나를 응원하는 걸 아니까, 더 미안해진다. 커쇼는 전 세계 야구팬이 주목하는 스타니까, 그런 부담감이 더 크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커쇼가 은퇴하는 과정을 보며 김광현은 또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그는 "어릴 때는 은퇴식 하는 선배들이 왜 우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30년 넘게 야구 선수 생활을 했으니, 해방감을 느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며 "올해 추신수 선배, 김강민 선배의 은퇴식을 보고, 국가대표로 뛴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선배가 은퇴 투어하는 장면을 보고, 팀 후배였던 조용호(kt wiz)의 은퇴식에서 꽃다발을 주면서 울컥했다. '나는 웃으며 은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없어졌다. 만약 내 은퇴식이 열린다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고 씩 웃었다.

은퇴 투어 오승환과 기념 촬영한 조병현과 김광현
은퇴 투어 오승환과 기념 촬영한 조병현과 김광현

(서울=연합뉴스) 은퇴를 앞둔 삼성 오승환(왼쪽)이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 SSG 조병현(가운데), 김광현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9.11 [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김광현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다.

KBO리그에서만 179승(107패)을 올렸고, 2천10개의 삼진을 잡았다. 다승과 탈삼진 모두 역대 3위고, 최소 경기 2천 탈삼진, 150승 기록도 보유했다.

다승왕 2번, 탈삼진 1위와 평균자책점 1위를 한 번씩 달성했고, 2008년에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었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신화도 썼다.

김광현은 "좋은 동료, 지도자, 구단을 만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5번 차지했고, 개인상도 받았다"며 "정말 뛰어난 선배들과 동시대에 뛴 덕에, 국제대회에서 영광의 순간을 함께 누렸다. 지나고 보니, 정말 나는 복 받은 선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MLB에도 진출해 시야도 넓혔다. 야구를 위해 공 던지는 것 말고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은 2022년 한국으로 들어온 뒤, 팬들과 후배들을 위해 수억원을 기꺼이 지출했다.

2022년 자비를 들여 팬들에게 선물을 주는 'KK 위닝플랜'을 직접 제안하고 실행해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당시 김광현이 제작한 선물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사랑받았다.

2023년에는 주요 기록을 세울 때마다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기는 'KK 마일스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4년에는 초등학교 야구부, 올해에는 중학교 야구부를 초청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선물도 전달했다.

매년 비시즌에는 SSG 후배들의 개인 훈련을 지원한다.

류현진-김광현 세기의 대결은 김광현 승리
류현진-김광현 세기의 대결은 김광현 승리

(대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류현진과 SSG 랜더스 김광현의 데뷔 첫 선발 맞대결은 김광현의 승리로 끝이 났다.
김광현은 6이닝 동안 2실점 하며 팀의 9-3 승리를 견인했지만, 류현진은 1이닝 5실점 하며 마운드에서 1이닝 만에 내려왔다.
사진은 1회초 5실점으로 마친 류현진(왼쪽)과 6회말 2사 실점 위기를 땅볼로 마무리하며 포효하는 김광현 모습. 2025.7.26 [email protected]

그라운드 밖으로 영역을 넓히면서도 김광현은 선수 황혼기 마운드 위 모습을 걱정한다.

그는 "어릴 때는 계단 두 개, 세 개를 올라섰다가 한 계단 내려가고, 다시 두 계단 올라섰다. 그렇게 지금 이 위치까지 왔다"며 "지금 정말 열심히 훈련하지만, 전성기 때의 모습을 되찾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내 목표는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다. 베테랑 예우를 받아 마운드에 서는 게 아닌, 팀에 도움이 되니까,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로 뛰다가 은퇴하고 싶다"고 바랐다.

김광현은 '무쇠 팔' 최동원, '국보' 선동열의 써 내려간 전설을 글과 영상으로 보고 자랐다.

21세기 한국 최고 투수는 류현진(한화 이글스)이다.

하지만, 단일시즌에는 김광현이 류현진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때도 있었다.

1년 후배 김광현이 류현진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덕에, 한국 야구 역사는 더 풍성해졌다.

"훗날 야구팬들은 류현진, 김광현을 최동원, 선동열처럼 기억할 수 있다"는 말에 김광현은 "류현진 선배는 너무 대단한 존재"라고 몸을 낮췄다.

김광현은 "어릴 때는 정말 대단한 (류) 현진이 형, (윤) 석민이 형, 친구 (양) 현종이 등과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으며 "지나고 보니, 동시대에 좋은 선배, 동료들과 함께 야구한 덕에 나도 힘을 냈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얻었다"고 밝혔다.

여전히 야구팬들은 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을 기대한다.

마침 올해 가을 무대에서 한화와 SSG가 맞붙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류현진과 김광현의 소속팀은 아직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은 적이 없다.

김광현은 "현진이 형은 잘하고 있으니, 나도 최선을 다해서 SSG와 높은 곳까지 올라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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