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난 1월 스프링캠프 출국길에서 팀의 대들보 투수 양현종(37)의 새 시즌 활용 구상을 밝혔다.
당시 이 감독은 매년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양현종의 희생정신을 칭찬하면서도, 새 시즌엔 등판 이닝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많은 공을 던지면 시즌 막판 체력 문제를 드러낼 수 있고 부상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마침 팔꿈치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이의리가 회복하면 선발 로테이션에 여유가 생기는 터라, 시즌 중반 양현종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IA의 상황은 예상처럼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지난 5월 선발 자원 황동하가 교통사고로 빠졌고, 좌완 선발 윤영철이 지난 달 팔꿈치 굴곡근 부상으로 낙마했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애덤 올러가 전반기 막판 팔꿈치 염증으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가 이달 초에 복귀했다.
이의리가 지난 달 말 합류했으나 양현종에게 넉넉한 휴식을 줄 만한 여유는 생기지 않았다.
양현종은 올해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21경기에 등판해 6승 5패, 평균자책점 4.46의 성적을 거뒀다.
양현종은 팀 내 선발 투수 중 제임스 네일과 함께 최다 경기에 출전했고 네일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그는 주변의 우려를 딛고 무더위가 찾아온 7월 이후부터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7월 이후 5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63을 찍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를 두 차례 기록했고, 5회 이전에 강판한 경기는 한 경기뿐이다.
이 기간 규정 이닝을 채운 국내 투수 중 양현종은 평균자책점 5위를 기록했다.
투구 이닝도 다시 차곡차곡 쌓고 있다.
그는 11일 현재 올 시즌 111이닝을 던져 송진우 전 코치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12시즌 연속 100이닝을 돌파했다.
앞으로 39이닝을 더하면 11시즌 연속 150이닝 투구 기록도 세운다.
통산 투구 이닝도 2천614⅔이닝으로 늘었다. KBO리그 역대 이 부문 2위다.
송진우 전 코치가 남긴 KBO리그 최다 이닝 기록(3천3이닝) 경신은 이제 꿈이 아니다.
양현종은 지난 1월 스프링캠프 출국길에서 이범호 감독의 '관리 계획'을 전해 들은 뒤 "감독님의 배려에 감사드리지만, 난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힘닿는 대로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