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이수정이 누구지?', '글쎄요…저도 몰라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가 열린 8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팬들 사이에 오간 대화다.
이수정은 이날 6언더파 66타를 쳤다. 보기 하나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냈다.
3번 홀부터 6번 홀까지 4연속 버디를 잡아내기도 했다.
전날에도 4언더파 68타를 쳤던 이수정은 공동 5위(10언더파 134타)에 올라 무명 반란을 예고했다.
이수정은 이번 대회가 KLPGA 투어 두 번째 출전이다.
이 대회 전까지 딱 한 번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했다는 얘기다.
올해도 주로 드림투어에서 뛰고 있다.
올해 25세인 이수정은 2019년 KLPGA 프로 선수가 됐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이수정은 드림투어를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이 KLPGA 투어 데뷔전이었다. 그때도 이수정은 컷을 통과하지 못했으니 이번 대회는 생애 첫 컷 통과인 셈이다.
2018년 한국C&T배 전국중고생 골프대회와 도요타 주니어 골프 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하는 등 촉망받던 기대주였던 이수정은 "프로가 된 뒤 드라이버 입스가 찾아왔고 오래도록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티박스에만 올라오면 공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이 4년 동안 이어져 도저히 성적이 나올 수가 없었다.
이수정은 그러나 "'완벽한 건 없다'며 스스로를 세뇌했더니 요즘은 좋아졌다"고 지긋지긋한 입스에서 이제는 벗어났다고 밝혔다.
아닌 게 아니라 이수정은 이번 대회 이틀 동안 파 4홀과 파 5홀에서 28번 티샷해 한 번 밖에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8차례 파 5홀 티샷은 모조리 페어웨이에 떨궜다.
자연스럽게 그린 적중률도 88.89%로 높아졌다. 이틀 동안 4번만 그린을 놓쳐 타수를 잃지 않았다.
1∼2라운드에서 보기 하나 없이 버디 10개를 잡아냈다.
이수정은 "어제는 샷이 좋았고, 오늘은 중거리 퍼트가 잘 떨어졌다"면서 "큰 위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 컷을 통과한 데 이어 우승 경쟁도 펼칠 기회를 잡은 이수정은 그러나 "특별히 (순위는) 생각하지 않고 남은 이틀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떨리겠지만 그 상황을 즐기고 싶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내년 정규투어 시드 확보가 가장 큰 목표다. 드림투어에서 우승해 드림투어 상금 순위 상위 자격으로 올라가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은 또 "실력뿐 아니라 인성이 좋고 예의가 바른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