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센터라인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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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센터라인의 중요성

빅스포츠 0 7 07.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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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6일 밤 잠실야구장 관중석이 수많은 불빛으로 가득 찼다. '천유'(천재 유격수)로 불렸던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재호의 은퇴식에서 관중은 경기 종료 후에도 귀가하지 않고 불을 밝혀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아름다운 퇴장을 축하했다. 올림픽에서 보듯 인류가 순수하게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스포츠에서 나오는 것 같다. 김재호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을 실제 증명했다. 고교 때까지 류중일, 박진만 등을 이을 대형 유격수로 꼽혔고 두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지만 이후 무려 10년간 백업을 전전했다. 하지만 그 긴 세월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그는 주전으로 도약해 '천유'가 사실임을 온몸으로 입증했다.

은퇴식 치르는 두산 김재호, 선발 출전 후 교체
은퇴식 치르는 두산 김재호, 선발 출전 후 교체

(서울=연합뉴스)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날 은퇴식을 치르는 두산 출신 내야수 김재호가 선발 출전한 뒤 1회초 박준순과 교체되며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7.6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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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단이든 은퇴식을 야구만 잘했다고 해서 열어주진 않는다. 야구 실력뿐 아니라 '원클럽맨'으로 21년간 팀에 헌신하며 경기장 안팎에서 동료들의 모범이 된 김재호였기에 이런 영광을 안았다. 그는 타격이 아주 뛰어나진 않았으나 유격수에 가장 중요한 수비 능력이 다른 팀도 칭찬할 만큼 최고 수준이었다. 공을 잡고 빼서 송구하는 동작까지 연결이 물 흐르듯 부드럽고 빨라 '명품'이란 말까지 나왔다. 야구계에선 수비가 뛰어난 유격수는 10승 선발투수의 가치와 맞먹는다는 말도 있다.

반세기 가까운 프로야구사에서 이른바 '왕조'로 꼽히는 팀은 해태(기아 전신), 현대, 삼성, SK(SSG 전신) 정도이고, 마지막 왕조는 두산이다. 그런데 그 두산이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7회 연속 진출과 3회 우승을 이뤄냈던 기간이 김재호의 전성기와 정확히 겹친다. 이는 이른바 '센터 라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야구에서 센터 라인은 수비 시 다이아몬드 중앙에 세로로 늘어선 포수, 유격수, 2루수, 중견수를 뜻한다. 하위 팀들은 이 '중심선'이 약한 공통점이 있다. 두산이 매년 한국시리즈에서 뛰는 걸 당연시하던 시절 유격수는 언제나 김재호였고, 포수, 2루수, 중견수도 최정상급이었다.

센터 라인은 야구뿐 아니라 모든 팀 스포츠에서 중요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대한민국이 기적 같은 4강을 이뤘던 건 홈그라운드 이점도 있었지만, 센터 라인이 역대 최강이었던 덕분이란 평가가 많다. 홍명보-유상철-황선홍 등으로 이어지는 센터 라인은 기량과 경험 면에서 당시 절정에 달했고 오랜 세월 손발을 맞춰 호흡도 잘 맞았다. 농구, 핸드볼, 배구 등 다른 단체경기 역시 중앙 라인이 강력한 팀이 강호로 평가받는다.

인체도 척추가 무너지면 설 수조차 없듯 중심이 탄탄히 서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 원리는 국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 세계정세의 격변 속에 새로운 도전에 처한 대한민국 정부의 센터 라인은 뭘까. 모든 분야가 다 소중하겠지만 한 나라가 외적으로부터 생존을 유지하고 국민이 생계를 걱정 없이 이어가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을 듯하다. 국정의 센터 라인은 안보와 경제라는 얘기다. 이 양대 축이 무너지면 복지도, 문화도, 여가도 누릴 수 없게 된다. 부국강병(富國強兵)은 인류사에서 경험으로 축적돼온 국가 운영 최우선 원칙으로 받아들여진다.

굴욕의 삼전도비
굴욕의 삼전도비

석촌호수 옆 삼전도비. 1639년 병자호란에서 청에 패한 조선이 청 태종의 공덕을 적어 세운 비석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우리 역사를 돌아봐도 부국강병을 소홀히 했을 때 결국 국민만 고통받았다. 특히 대한민국 직전 체제인 조선 왕조는 세계 흐름에서 뒤처진 경제 정책과 취약한 군사력 탓에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다수 국민이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기로 기록됐다. 무능한 소수 지배층 탓에 왕조 내내 중국의 침략에 시달리거나 사실상 식민지처럼 조공을 바치며 엎드려야 했고 일본으로부터도 침략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연일 상승세란 뉴스가 잇따르고 있다. 대내외 국정 기조를 '실용'으로 설정하고 정치적 승부수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하겠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발신하는 점이 호평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창 조각 작업 중인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도 강력한 센터 라인의 구축에 초점이 맞춰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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