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같은 남자지만, 정말 우즈한테 반한 것 같았어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함께 경기한 소감을 말했다.
임성재는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천545야드)에서 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천800만 달러) 3라운드에서 우즈와 한 조로 경기했다.
10일 최종 라운드까지 2언더파 286타를 기록한 임성재는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우즈와 언제 한 번 같이 쳐 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동반 라운드를 하게 돼 너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우즈와 경기였는데 비가 많이 와서 7개 홀만 치고 중단돼 아쉬웠다"며 "우즈가 부상 때문에 이동 속도도 느렸고, 집중도 잘 안되는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즈는 현지 날짜로 8일에 열린 3라운드 초반 7개 홀을 돌고 9일 오전 재개될 예정이던 3라운드 잔여 경기에는 기권했다.
임성재는 "옆에서 보니 실수가 나와도 멋있고, 사람 자체가 다 멋있어서 제가 그냥 갤러리가 된 느낌이었다"며 "같은 남자지만 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우즈는 임성재와 함께 치면서 7개 홀에서 6타를 잃는 최악의 경기력에 그쳤지만, 반대로 임성재는 비가 많이 내리는 와중에도 3타를 줄였다.
임성재는 "저도 우즈한테 잘 보이려고 더 집중한 것 같았고, 스윙도 잘 됐다"며 "우즈가 너무 힘들어하는 상황이어서 별 얘기는 나누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2라운드 마지막 홀 1.5m 파 퍼트를 넣어야 3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던 상황을 두고는 "짧은 거리였지만, 못 넣으면 탈락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제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며 "오늘은 하루에 28개 홀을 도는 강행군이었는데 체력 문제로 인해 4라운드 들어서는 티샷이 흔들리는 등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자평했다.
임성재는 이날 4라운드에서는 이경훈과 2인 1조로 경기했다.
임성재와 동반 라운드를 한 이경훈은 1언더파 287타로 올해 마스터스를 마쳤다.
이경훈은 "시원섭섭하다"며 "초반 2개 홀 연속 버디를 하고, 곧바로 4개 홀 연속 보기가 나와 흐름을 놓쳤다"고 자평했다.
그는 "2, 3번 홀 연속 버디에 이어 4번 홀에서 클럽 선택을 잘못해 타수를 잃고 흔들린 것 같다"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4연속 보기를 했더라"고 씁쓸해했다.
지난해 컷 탈락 이후 두 번째 도전한 마스터스에서 20위권 성적을 낸 이경훈은 "올해 2라운드에 5타를 줄였는데, 다음에는 하루가 아니라 이틀, 사흘을 그 정도 성적을 내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