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23년 프로야구 시범경기의 테마는 '성장'과 '재도약'이었다.
그동안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 노시환(한화 이글스)과 끊임없이 부상 악령에 시달린 이성규(삼성 라이온즈)가 홈런 5개를 치며 시범경기 홈런 공동 1위에 올랐다.
보상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김태훈은 타점 1위(12개)에 오르며 새 출발을 알렸고, 최근 2년 동안 부진했던 함덕주(LG 트윈스)도 홀드 공동 1위(4개)를 차지하며 재기 의지를 드러냈다.
옛 스승 염경엽 LG 감독과 다시 만난 2014년 최우수선수(MVP) 서건창도 타율 1위(0.362)에 오르며 '영광 재현'을 예고했다.
KBO리그에 첫발을 내민 외국인 투수들도 시범경기를 통해 기분 좋은 신고식을 치렀다.
아리엘 후라도(키움 히어로즈)와 버치 스미스(한화 이글스)는 삼진 15개를 잡아, 이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2022년 KBO리그 탈삼진 1위 안우진(키움·탈삼진 14개)보다 1개 많았다.
많은 선수를 테스트하는 시범경기 특성상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단 3명뿐이었다.
규정 이닝 평균자책점 1위(1.20) 숀 앤더슨(KIA 타이거즈),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실점 없이 12이닝을 던진 후라도와 12⅔이닝 동안 1실점만 한 에릭 페디(NC 다이노스)도 기대감을 키웠다.
28일 끝난 시범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타자는 노시환과 이성규였다.
'김태균의 후계자'로 꼽히는 프로 5년 차 노시환은 시범경기 기간에 타율 0.471, 5홈런, 8타점, 장타율 0.971, 출루율 0.514의 놀라운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 홈런 3방을 쏘며,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전(4월 1일)을 앞두고 배트를 뜨겁게 예열했다.
이성규도 타율 0.333, 5홈런, 11타점, 장타율 0.778로 맹활약했다.
중견수 수비도 좋아져 주전 중견수 김현준의 부상으로 고민이 컸던 박진만 삼성 감독에게 큰 힘이 됐다.
이성규는 주전 중견수로 정규시즌 개막을 맞을 전망이다.
kt wiz와 계약한 자유계약선수(FA) 김상수의 보상 선수로 삼성이 지명한 김태훈은 프로 입단(2015년) 후 처음으로 '1군 시범경기'를 완주했고, 타율 0.314, 3홈런, 12타점을 올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퓨처스(2군)리그 사령탑 시절에 김태훈의 재능을 확인했고, 보상 선수 지명 때 김태훈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김태훈은 시범경기 맹타로 화답했다.
LG는 왼손 투수 함덕주와 우투좌타 내야수 서건창의 활약에 웃었다.
두산 베어스에서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오가며 활약한 함덕주는 2021년 LG로 이적한 뒤, 부상에 시달리며 1군보다 재활군에서 더 오래 머물렀다.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한 시즌 200안타(2014년 201개)를 친 서건창도 LG로 트레이드된 2021년부터 지독한 부진에 빠졌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함덕주는 5경기 4홀드 평균자책점 0(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서건창은 13경기에 출전해 11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6경기에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작렬했다.
새 외국인 투수들은 '탈삼진 능력'을 뽐냈다.
후라도(13이닝 15탈삼진), 스미스(12⅔이닝 15탈삼진), 페디(12⅔이닝 12탈삼진)의 역투가 특히 돋보였다.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한 한화는 젊은 파이어볼러의 성장에 더 큰 희망을 품었다.
2년 차 오른손 정통파 선발 문동주는 최고 시속 157㎞의 빠른 공을 던지며 2경기 7이닝 8피안타 2실점(평균자책점 2.57), 11탈삼진으로 호투했다.
신인 사이드암 김서현도 시속 155㎞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무기로 5경기 3홀드 평균자책점 1.80(5이닝 3피안타 2실점 1자책), 4탈삼진으로 한화 팬들 들뜨게 했다.
최종 점검을 마친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4월 1일,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긴 대장정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