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제가 안우진, 문동주가 아니더라고요. 그 선수들 따라가 보려고 하다가 제가 가장 장점도 잃을 뻔했어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젊은 에이스 원태인(23)은 올 시즌 초반 다소 들쭉날쭉한 모습이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파로 4월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마운드에서 버텨왔던 그는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 투구를 펼치고 깨달음을 얻었다.
강하게 던지려고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태인은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릴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이제 좀 투구 밸런스가 잡힌 것 같다. 최근 투구 밸런스 수정을 위해 전력 분석, 코치님과 많은 상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2023시즌 KBO리그 2대 키워드는 '시속 160㎞ 강속구'와 오타니 쇼헤이(일본)가 유행시킨 변형 슬라이더 '스위퍼'다.
특히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문동주, 김서현(이상 한화) 등이 최근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강속구 투수와 구속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진다.
원태인 역시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최고 시속 150㎞를 어렵지 않게 넘기는 투수다.
하지만 시속 160㎞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속속 등장해 이제는 그 정도 공으로 '강속구 투수'라는 호칭을 얻기 어렵다.
빠르게, 더 빠르게 던지길 바랐던 원태인이 바뀐 계기는 지난달 2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다.
그 경기에서 원태인은 4⅔이닝 13피안타 6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해 이번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원태인은 "잠실에서 좋지 않은 투구를 하고 난 뒤에 많이 바꿨다. (그 경기가 끝나고) 영상 분석팀에서 '한 번은 볼 필요가 있다'며 영상을 보여줬는데 충격이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방향대로 던지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고 공개했다.
원태인이 말한 '가장 싫어하는 방향'은 간단하다.
구속을 올리려고 팔 각도를 내렸고, 그러다 보니 내리꽂는 공을 던지기 어려워져 공의 위력도 사라졌다.
원태인은 "영상으로 보니까 진짜 바꿔야겠다 싶더라. 그래서 완전히 반대 스타일로 바꿨더니 오히려 구속과 구위가 올라왔다. 밸런스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태인의 시즌 성적은 3승 3패 평균자책점 4.17이다.
아직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라도, 지난달 28일 대구 kt wiz전 6이닝 무실점에 이어 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6이닝 2실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원태인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이번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방향이 명확해졌다"며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발 투수 원태인은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승선이 유력하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과 올해 WBC까지 벌써 두 차례나 국가대표로 뽑혀서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원태인은 "두 번 (국가대표) 맛을 보니까 자리를 빼앗기기 싫다는 마음이 든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선에 큰 욕심을 보였다.
그는 "다른 선수가 태극기 달고 뛰는 걸 보고 싶지 않은 마음마저 든다. 그래서 시즌 초부터 아시안게임에 가고 싶다는 마음에 짓눌려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앞서 말한 '부진했던' 잠실 두산전 이후 잠시 마음을 비우기도 했지만, 최근 두 차례 호투로 희망을 되살렸다.
원태인은 "군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정말 국가대표를 다른 선수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