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그동안 안전하게만 치려다 스윙도 위축됐다. 이제는 몸을 쓰면서 스윙한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자신 있게 치겠다"
무려 2년 7개월 동안 우승 맛을 보지 못했던 최혜진의 '우승 본능'을 일깨운 원동력은 '공격 플레이'였다.
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에서 우승한 최혜진은 "미국 진출 이후 어려운 코스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자신 있게 클럽을 휘두르지 못하고 맞춰 치는 습관이 뱄다"고 털어놨다.
방어적으로 치다 보니 절로 스윙이 오므라들었다는 얘기다.
2020년 11월 KLPGA투어 대회 마지막 우승을 거둔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했던 최혜진은 우승 소식은 전하지 못했다.
LPGA투어 2년 차인 올해는 8개 대회에 나와 컷 탈락은 없지만 한 번도 상위 10위 입상이 없는 이유가 바로 자신감의 상실 때문이었다.
그는 "경기 때 과감한 샷을 해보다가 실수하면 기가 죽어서 다시 않게 되더라"면서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도 그렇게 자신감을 잃었던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우승 못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초조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고 의기소침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혜진은 국내 나들이에서 해법을 찾았다.
지난달 29일 끝난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공동 7위를 차지했던 최혜진은 "KLPGA투어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예전엔 나도 자신 있게 쳤다는 기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이 전환점이 됐다는 최혜진은 "이제 나를 믿고 칠 수 있겠다. 남은 경기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시작하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다음 달 7일 개막하는 US여자오픈 등 2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는 최혜진은 "이 기운을 그대로 이어가 그동안 성적이 좋았던 US여자오픈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혜진은 또 이번 2차례 국내 대회에는 LPGA투어에서 뛰면서 사용하던 퍼터 대신 국내에서 쓰던 퍼터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최혜진은 이 퍼터로 2019년 KLPGA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미국 진출 전까지 6차례 우승을 따냈다. 이번 롯데 오픈을 포함하면 7번 우승을 이 퍼터로 일군 셈이다.
최혜진은 "미국 갈 때도 가지고 가서 계속 써야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회에 출전하니 "대회 끝나고 2시간이면 집에 갈 수 있고 월요일에는 푹 쉴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는 최혜진은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구름 갤러리와 말이 통하는 동료 선수들도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이번 우승으로 2025년까지 KLPGA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이번 대회는 세계랭킹 30위 이내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최혜진은 "언제든 국내 대회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게 반갑다"면서 "기회가 되면 한국 대회에 더 자주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모처럼 시원한 우승 축하 물세례를 받은 최혜진은 "차가웠지만 좋았다"면서 "오늘 저녁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내가 돈을 내야겠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