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경기는 비겼지만, 두 팀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20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본선행을 확정했다.
뉴캐슬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22-2023 EPL 37라운드 홈 경기에서 레스터시티와 0-0으로 비겼다.
이날 공 점유율 70%로 경기를 주도하고, 레스터 시티의 골대를 세 차례나 맞히고도 득점하지 못한 뉴캐슬은 승점 1을 추가해 승점 70을 쌓아 3위를 유지했다.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69)가 한 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시즌 최종전만을 남겨둔 5위 리버풀(승점 66)의 역전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UCL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4위를 확보했다.
뉴캐슬은 3위로 마무리했던 2002-2003시즌 이후 20년 만에 UCL행을 확정했다.
시즌 초 뉴캐슬의 UCL 진출을 생각조차 못 했던 에디 하우 감독은 경기 뒤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올 시즌 우리 팀이 4위권에 들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며 "하위권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감격했다.
미드필더 숀 롱스태프 역시 "만약 2년 전 누군가가 우리에게 이 일(UCL 진출)이 일어날 거라고 미리 얘기했다면, 우리는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08-2009시즌 강등된 뒤 승격했다가, 2015-2016시즌 또다시 2부로 떨어지며 부침을 겪은 뉴캐슬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2021년 3억500만 파운드(약 4천600억원)에 인수한 뒤 오일머니를 앞세워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강등 전쟁을 치르고 있는 레스터 시티는 뉴캐슬과 비기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해졌다.
레스터 시티는 이날 승점 1을 추가해 승점 31로 한 계단 올라선 18위가 됐다.
이날 뉴캐슬에 승리했다면 17위 에버턴(승점 33)을 승점 차 없이 끌어 내려 가까스로 강등권에서 탈출할 수 있었으나 기회를 날렸다.
레스터 시티와 에버턴이 모두 한 경기씩을 남겨둔 가운데, 레스터 시티가 강등을 면할 경우의 수는 단 한 가지다.
레스터 시티는 이기고, 에버턴은 져야 한다.
레스터 시티는 29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40·14위)와 최종전을 앞두고 있고, 에버턴은 같은 날 본머스(승점 39·15위)와 팀의 운명을 건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에버턴은 본머스에 승리하면 레스터 시티의 결과와 관계 없이 자력으로 EPL 잔류를 확정한다.
레스터 시티가 강등된다면 1992년 EPL 출범 이후 우승을 차지하고도 2부로 떨어지는 역대 두 번째 팀이라는 불명예를 쓴다.
1994-1995시즌 우승하고도 1999-2000시즌 강등된 블랙번 로버스 이후 챔피언이 1부 리그를 떠난 적은 없다.
레스터 시티는 2014-2015시즌 최하위에서 14위까지 올라와 강등을 면하고, 다음 시즌에 빅 클럽을 제치고 창단 132년 만에 극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영국 데일리 메일로부터 "5천분의 1 확률을 극복하면서 스포츠의 가장 위대한 동화가 완성됐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리그 5∼9위의 성적을 꾸준히 내던 레스터 시티지만, 올 시즌 막바지 짙은 암운이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