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2일(한국시간)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남자 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챔피언십에서 켑카만큼이나 화제를 몰고 다닌 출전자가 있다.
투어 선수가 아닌 클럽 프로인 마이클 블록(46·미국)이다.
블록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션비에호의 아로요 트라부코 골프클럽의 헤드 프로다.
PGA 챔피언십은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20명 몫을 미국 내 클럽 프로에게 배분한다. 이를 통해 출전 자격을 얻은 블록은 이번 대회에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연이틀 이븐파 70타를 치며 공동 10위로 컷을 통과한 건 특히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였다.
블록은 5번째 PGA 챔피언십 출전, 메이저대회 통산으로는 7번째 출전에 처음으로 컷을 통과했다.
3라운드에서도 이븐파를 적어내며 공동 8위로 올라선 블록은 이날 최종 라운드를 슈퍼스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둘이 치렀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라운드일 텐데 블록은 또 한 번 일을 냈다.
151야드 파3인 15번 홀에서 7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가 홀인원을 작성한 것이다.
공이 그린에 떨어지지 않았을뿐더러 깃대조차 스치지 않고 '덩크'처럼 쏙 들어가서 처음에 블록은 홀인원임을 실감하지 못한 듯 보이다가 매킬로이의 축하와 갤러리의 환호에 확신했다.
대회에 출전해서는 처음으로 홀인원을 작성했다는 블록은 "매킬로이가 내게 (홀인원이라고) 5차례나 말해야 했다. 매킬로이가 내게 홀인원을 했다고 말해주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라고 기뻐했다.
이날 홀인원 외엔 보기 3개를 써낸 그는 지난 사흘간 지켜온 이븐파는 유지하지 못했으나 최종 합계 1오버파 281타를 기록,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쳤다.
18번 홀을 파로 마친 뒤 매킬로이보다도 더 큰 환호성을 받으며 감격한 블록은 "아이를 가졌을 때도 울지 않았고, 인생에서 단 두 번 운 것이 골프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후 이번 주까지 아내는 내가 우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내 가족과 직업, 모든 것을 사랑하지만, 골프는 내 인생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공동 15위는 PGA 챔피언십 역사에서 클럽 프로의 성적으로는 '역대급'으로 꼽을 만하다.
이전까지 이 대회에선 1988년 제이 오버턴(미국)이 공동 17위에 오른 것이 최근 35년 사이에 유일하게 클럽 프로가 20위 안에 든 기록이었다. 2000년 이후로는 2005년 스티브 슈나이터(캐나다)가 공동 40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블록은 이번 대회 상금으로만 28만8천333달러(약 3억8천만원)를 벌어들였다.
PGA 투어 홈페이지상엔 헤드 프로로 일하는 골프장에서 45분간 개인 지도를 하면서 125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던 그는 이번 대회 3라운드 때 "1시간에 150달러인데, 업데이트가 안 된 것 같다"고 바로잡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대회에서 챙긴 상금은 '시급'으로 굳이 따진다면 2천시간 안팎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상금 외에 블록은 이번 대회 15위 이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내년 PGA 챔피언십 출전권을 확보했고, 당장 25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개막하는 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와 다음 달 캐나다오픈에도 스폰서 초청으로 나서게 됐다.
자신의 공에 새겨넣은 '왜 안돼?'(Why Not)라는 문구를 제대로 실현한 블록은 "초현실적인 경험이었고, 앞으로의 삶이 전과는 같지 않을 거라는 묘한 느낌도 든다. 그래도 좋은 쪽으로, 그건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