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백석현이 이틀에 걸쳐 치른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1라운드에서 선두에 올라 무명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백석현은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를 9언더파 62타로 마쳤다.
보기없이 버디만 9개를 골라내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62타는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에 해당하지만, 1라운드는 비가 많이 내려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했기 때문에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전날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해 악천후 탓에 18번 홀까지만 치르면서 버디 4개를 뽑아냈던 백석현은 이날 1번 홀부터 나선 잔여 경기에서 버디 5개를 솎아냈다.
특히 전날 16∼18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뽑아냈던 백석현은 1, 2번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 이틀에 걸쳐 5개 홀 연속 버디를 챙겼다.
아시안프로골프투어에서 뛰다가 2021년부터 KPGA 코리안투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백석현은 작년 상금랭킹 60위가 말해주듯 팬들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가 거의 없었다.
140㎏이던 체중을 80㎏으로 줄인 사연이 알려져 잠깐 화제가 됐을 뿐 성적으로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다.
샷에는 자신 있지만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아 애를 먹었다는 백석현은 이번 대회에서 볼을 보지 않고 컵을 보고 퍼트하는 새로운 시도가 뜻밖에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지난 2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한 것도 퍼트 난조 때문이었다는 백석현은 "아무 생각 없이 한번 해보자고 했는데 잘 됐다"면서 "4m 이내 퍼트는 모두 볼 대신 컵을 보고 쳤다. 이번 대회 내내 이 방법을 쓰겠다"고 말했다.
평소 좋아하는 벤트 잔디 코스라서 자신 있었던 샷이 더 잘 된 것도 좋은 스코어를 적어낸 비결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아시안프로골프투어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한국 잔디보다 벤트 잔디에서는 훨씬 샷 메이킹이 잘 된다"면서 "마침 내가 칠 때는 바람도 잔잔했고, 비가 내려서 그린도 부드러웠다. 운도 따랐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진에 마음을 많이 상했던 그는 "일단 1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선 건 좋은 일이지만 순위나 성적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9년 신인왕 이재경이 7언더파 64타를 쳐 1라운드를 2위로 마쳤고, 박은신이 5언더파 66타로 뒤를 이었다.
이 대회에서 21번째 출전하는 최경주는 전날 11번 홀까지 2언더파로 잘 막았지만 이날 잔여 경기에서 버디 없이 더블보기 1개를 보태면서 이븐파 71타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디펜딩 챔피언 김비오는 2오버파 73타를 적어냈고, 괴력의 장타자 정찬민은 3오버파로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