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유럽 축구계의 '이스라엘 퇴출' 움직임은 '없던 일'이 돼 가는 분위기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최근 FIFA 평의회를 주재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2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축구연맹(UEFA)에서는 이스라엘 축구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정지하는 방안이 추진된 바 있어 인판티노 회장의 입과 FIFA의 움직임에 국제 축구계의 시선은 집중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평의회에서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할 때 축구가 평화와 통합을 촉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FIFA는 전했다.
평의회에 이스라엘 관련 안건은 올라가지 않았고, 이스라엘은 언급조차 되지 않은 거로 알려졌다. FIFA 보도자료에도 이스라엘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평의회 뒤 FIFA 본부에서 지브릴 라주브 팔레스타인축구협회 회장을 접견했다.
그는 라주브 회장과 만나 "중동 지역의 현재 상황을 논의했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했다.
그러면서 "FIFA는 지정학적 문자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축구의 통합적, 교육적, 문화적, 인도적 가치를 활용해 축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도 이스라엘은 언급하지 않았다. "가자의 비극적인 상황으로 볼 때 우리는 평화와 통합을 증진해야 한다"고만 적었을 뿐이다.
FIFA는 평의회 뒤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으며 인판티노 회장의 인터뷰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이스라엘 대표팀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11일과 14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예선 경기를 소화한다. 노르웨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원정 2연전을 치른다.
앞서 다수의 UEFA 회원국이 이스라엘의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정지하는 표결을 하자고 촉구했으며, 노르웨이축구협회는 그중 하나였다.
당사자인 이스라엘축구협회와 독일축구협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퇴출안'은 위원 20명으로 구성된 UEFA 집행위원회 표결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구상안을 내놓으면서 중단됐다.
애초 인판티노 회장이 UEFA의 표결 결과를 따를 가능성은 희박하기도 했다. 그는 1년도 채 남지 않은 북중미 월드컵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계의 '외부 실세'인 카타르도 '이스라엘 퇴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는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평화안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온 중동 국가 정부들로부터 환영받았는데, 카타르는 그중 하나였다.
카타르 총리는 하마스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과 관련해 최근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사과받았다.
카타르는 UEFA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700개 회원 구단으로 구성된 유럽클럽협회(ECA)의 실세이자 카타르 왕가 소유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파리 생제르맹(PSG)을 이끄는 나세르 알켈라이피 회장이 이번 FIFA 평의회에 참석했다.
알켈라이피는 카타르 정부 고위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