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다음 달 18일 개막하는 2025-2026시즌 V리그의 시험 무대였던 올해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컵대회)에는 외국인 거포와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아 남녀부 구단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웠다.
지난 28일 IBK기업은행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여자부는 세계선수권 출전자 명단에 든 선수 외에는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받아 참가할 수 있다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유권해석을 받았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에 태국 국가대표로 참가했던 한국도로공사의 타나차 쑥솟(등록명)과 일본 대표팀의 미들 블로커로 활약했던 페퍼저축은행의 시마무라 하루요가 뛸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구단 간 형평성을 고려해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를 모두 빼고 경기를 치러야 했다.
컵대회에선 여자부 결승 대결을 벌인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가 특히 주목받았다.
기업은행은 결승에서 도로공사에 세트 점수 3-1 역전승을 거두고 지난 2016년 이후 9년 만에 컵대회 정상을 탈환했다.
도로공사는 2011년 대회 이후 14년 만에 결승에 올랐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컵대회는 외국인 거포와 아시아쿼터 선수가 빠진 채 치러졌지만, 결승 대결을 벌인 기업은행과 도로공사가 새 시즌 V리그에서도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 2024-2025시즌 4위로 밀려 '봄 배구'에 나서지 못했던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후 도로공사에서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한 '최리'(최고 리베로) 임명옥의 영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39세의 나이에도 지난 시즌 수비 1위(세트당 7.326개)와 디그 1위(세트당 5.113개), 리시브 효율 1위(50.57%)로 활약했던 임명옥이 가세하면서 수비가 안정되는 한편 공격까지 덩달아 살아난 것.
안정적인 리시브 덕에 김하경-최연진-박은서 3인 체제인 세터진의 부담이 줄었고, 아웃사이드 히터 육서영은 물론 최정민과 이주아가 포진한 중앙 공격도 탄력이 붙었다.
공격력이 업그레이드된 육서영은 24일 도로공사와 예선에서 32점을 폭발하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컵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도로공사도 쌍포 강소휘와 김세인을 앞세워 지난 27일 준결승에서 우승 후보로 꼽혔던 GS칼텍스에 세트 점수 3-1 역전승을 거두는 등 만만찮은 전력을 과시했다.
지난 시즌 각각 4위와 5위로 밀렸던 기업은행과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자원도 다른 구단에 비해 손색이 없다.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득점 부문 2위(910점)에 오른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이 재계약했고, 아시아쿼터 알리사 킨켈라도 육서영과 황민경, 이소영이 포진한 왼쪽 날개에서 힘을 보탠다.
도로공사도 V리그에서 기량이 검증된 '외국인 거포'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를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했고, 태국 대표로 활약한 타나차는 변함없는 공격력을 뽐낸다.
새 시즌 V리그에서 2강 구도를 형성할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정철 SBS 해설위원은 "기업은행은 임명옥이 가세하면서 수비가 안정되고 공격까지 살아나는 등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면서 "도로공사 역시 강소휘-모마-타나차가 막강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해 기업은행과 투톱 경쟁을 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난 시즌 득점 1위에 오른 '쿠바 특급'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가 건재한 GS칼텍스도 3강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난 시즌 봄 배구에 나섰던 흥국생명과 현대건설, 정관장은 전력 약화 요인이 생겼다.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흥국생명은 공수에서 맹활약했던 '배구 여제' 김연경의 은퇴 공백이 크다.
현대건설은 모마와 이다현의 이적 공백에다가 카리 가이스버거(등록명 카리)와 정지윤, 양효진이 부상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
여기에 챔프전에 올랐던 정관장 역시 지난 시즌 매서운 공격력을 뽐냈던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와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모두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공격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드래프트 때 사실상 1순위로 뽑은 조이 웨더링턴(등록명 조이)이 파워 넘치는 공격력을 자랑하지만, 토종 선수들로만 치른 컵대회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정철 위원은 "새 시즌 V리그는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팀들의 고전이 예상되는 등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확인되는 시즌 초반 전력 판도가 윤곽을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