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우승을 많이 했지만, 한 번도 대회 전에 우승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
25일부터 나흘 동안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55세의 최경주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최경주는 지난해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54세의 나이로 우승했다.
KPG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최경주는 지난 5월 타이틀 방어전에서 공동 33위에 올라 여전히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과시했다.
특히 그는 꾸준히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에서 뛰면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4일 최경주는 그러나 우승을 의식하지는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지금까지 대회에 출전하면 언제나 1차 목표는 컷 통과, 2차 목표는 톱10, 그리고 최종 라운드에서 잘하면 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되면 우승에 도전하곤 했다"고 말했다.
"우승을 목표로 대회를 시작하면 힘들어진다"는 최경주는 "힘 빼고 (욕심 없이) 치다 보면 오히려 스코어가 더 잘 난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욕심낸다고 우승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는 "어린 선수들 틈에서 4라운드를 모두 치르는 게 목표"라고 몸을 낮추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최경주는 그린을 공략할 때 볼을 핀 6야드 이내에 얼마나 자주 올리느냐가 승부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핀에서 4∼6야드 이내가 아니면 퍼트에 성공할 기회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페럼 클럽의 특성을 지적한 최경주는 "물론 그러려면 페어웨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페어웨이에서 치면서도 핀에서 6야드 밖에 볼을 떨구면 자칫하면 3퍼트도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회 호스트이기도 한 최경주는 코스 변별력을 높이려고 러프를 80㎝까지 길러 달라고 페럼 클럽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페어웨이, A컷 러프, B컷 러프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세팅도 주문했다.
최경주는 "코스를 요청한 대로 만들어줬다"고 감사했다.
작년 챔피언 이수민은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더 긴 클럽을 잡더라도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공략하는 게 유리하다. 드라이버 대신 자신 있는 클럽으로 티샷하겠다"고 전략을 밝혔다.
KPGA투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와 상금 1위 옥태훈은 "페어웨이에 볼을 떨구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모든 홀에서 다 페어웨이를 지킬 순 없다. 페어웨이를 놓쳤을 때 잘 넘기고, 무엇보다 잘 참는 정신력이 승부를 가를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4번째 대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선수들의 최상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배려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최경주는 "처음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갔을 때 호스트인 잭 니클라우스가 모든 선수에게 직접 환영 인사를 하고 정성스러운 선물을 주는 걸 보고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는 깊은 울림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올해도 선수들에게 전복 파티를 열어주는 등 푸짐한 음식과 선물을 아끼지 않는 최경주는 "등외 선수에게 돌아가는 상금도 이 대회만큼은 넉넉하게 책정했다.
한편 최경주는 "전에는 환갑 때까지만 선수로 뛰어야겠다고 말하곤 했지만, 지금은 바꿨다. 언제까지라고 못 박진 않겠지만 최대한 오래 하려고 한다"면서 "내가 받은 걸 다 갚으려면 끝이 없다. 꿈나무들이 계속 나올 텐데 오랫동안 그들은 뒷받침하려면 내가 건강하게 오래 활동해야 한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