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여자프로농구의 '지도자 동지' 김정은이 '친정'으로 돌아왔다.
2022-2023시즌 아산 우리은행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힘을 보탠 김정은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19일 부천 하나원큐와 계약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원큐의 전신 신세계에 지명된 김정은은 2017년까지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2012년 신세계가 농구단을 해체하고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할 때도 팀의 간판선수였던 김정은은 하위권 팀의 '외로운 에이스' 역할을 묵묵히 소화해 '소녀 가장'으로 불렸다.
그러던 김정은이 2017년 FA 자격을 얻고는 돌연 리그 최강 우리은행으로 전격 이적해 농구계를 놀라게 했고, 이후 숙원이던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두 차례 차지했다.
그리고 우리은행으로 떠난 지 6년 만에 다시 '친정' 하나원큐로 복귀한 것이다.
김정은은 "우리은행으로 갈 때만 해도 마지막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며 "하나원큐는 제 청춘을 바친 곳이면서 또 제 인생에 처음으로 배신감을 느껴본 곳이기도 하다"고 이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신세계가 하나금융에 어렵게 인수됐기 때문에 내가 이 팀을 꼭 정상에 올려놓겠다는 사명감, 책임감이 너무 컸다"며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저도 계속 무리를 하면서 부상이 왔다"고 우리은행으로 떠난 6년 전을 떠올렸다.
하나은행을 떠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김정은은 "부상 후 수술도 잘 됐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주면 다시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팀에서 세대교체를 매우 원한다는 것을 제가 느꼈다"고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하나원큐를 떠난 김정은은 "그래서 우리은행으로 가고 나서는 하나원큐가 너무 미웠다"며 "하지만 그만큼 제가 그 팀에 진심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후로 팀 성적이 계속 안 좋은 것도 마음이 안타까웠다"고 이번에 복귀를 택한 이유를 소개했다.
특히 하나원큐에서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대부분 팀을 떠나면서 전력 약화가 가속화됐고, 김정은은 "2년 전에 강이슬도 KB로 떠났고, 최근 2년간 승수가 11승이 전부라고 하더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원래 이번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생각했다는 김정은은 "우리은행은 제가 없어도 우승할 수 있고, 어느 팀을 상대해도 이길 수 있는 팀"이라며 "이번에 제 인생에서 고민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6년 전 하나원큐를 떠날 때보다 더 고민이 많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때는 제가 팀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고민할 것도 없었다"고 답했다.
김정은은 "사실 우승팀인 우리은행에서 안정적으로 은퇴할 수 있는데 괜히 이런 모험을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된다"며 "하지만 '친정' 하나원큐라는 사실에 끌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원큐의 마지막 플레이오프 진출은 김정은이 뛸 때인 2010-2011시즌이다. 부정 선수 첼시 리가 뛰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2015-2016시즌 기록은 모두 취소됐다.
팀을 다시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김정은은 "제가 2, 3년만 젊고 30∼40분을 쌩쌩하게 뛸 몸이라면 해볼 만하겠다"고 솔직히 답하며 "제가 발목 수술 이후 기능적으로 좀 떨어지고 출전 시간에도 제한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좀 길게 보면서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2년 계약은 제 농구 인생의 덤이라고 생각한다"며 "친정에 와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돕고, 리그에서 하나원큐를 조금이라도 선수들이 가고 싶어 하는 팀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정은은 5월부터 하나원큐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