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혜성이는 벌써 저 멀리 가 있고, 저는 내부 경쟁에서도 밀렸어요."
네 차례나 도루 1위에 오른 박해민(33·LG 트윈스)은 올 시즌 도루를 단 한 개만 성공(19일 현재)했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은 벌써 도루 7개를 성공했다.
여기에 LG 내 도루 경쟁은 무척 심하다.
홍창기(5개)는 물론이고, 문성주와 오지환(이상 4개), 문보경, 신민재(이상 3개), 김민성, 서건창, 오스틴 딘(이상 2개) 등 무려 8명이 박해민보다 더 많은 도루를 했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해민은 농담을 섞어 "다들 잘 뛰고 있는데, 나만 못 뛰고 있어서 조바심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올 시즌 LG가 펼치는 '극단적인 뛰는 야구'는 박해민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박해민은 "3∼4명이 적극적으로 뛴 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선수가 뛰는 건 한국프로야구 최초이지 않을까"라며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 장점인 스피드를 빨리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제는 LG 팬들도 박해민이 슬로 스타터라는 걸 잘 안다.
박해민은 아직 시동을 걸지 않았다.
그는 "나도 출루율을 끌어올려서, 우리 팀의 빠른 야구에 동참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뛰는 야구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박해민은 "상대 팀이 LG를 정말 어려워한다는 걸 느낀다. 배터리(투수·포수)는 피치 아웃을 자주 하고, 야수들도 견제 등이 빠질 것에 대비해 자주 움직인다"며 "수비할 때 움직임이 많으면 그만큼 야수들은 지친다. 아마도 타 구단 야수들에게 가장 귀찮은 팀이 우리 LG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19일까지 46차례 도루를 시도해 29번 성공했다. 도루 시도 2위 두산 베어스(23회), 도루 성공 2위 NC 다이노스(15번)를 압도하는 수치다.
하지만 '뛰는 팀'도 결국엔 지친다.
네 차례 도루왕에 오르는 등 개인 통산 343개의 도루를 성공한 박해민은 "뛰는 야구를 펼치는 팀이 체력 문제를 겪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리 팀은 그 체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다. 나처럼 시즌 초반에 자주 뛰지 못한 선수가 시즌을 치를수록 더 자주 뛰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밝혔다.
박해민은 "후배들에게 '경기 체력'에 관해 이야기하곤 한다. 최대한 조언하는데 말로는 한계가 있다 '체득'해야 한다. 시간도 필요하다"며 "나도 매년 적극적으로 도루를 시도하다 '자주 뛰어도 지치지 않는 몸'이 됐다. 우리 팀의 컬러가 뛰는 야구로 자리 잡았으니, 후배들도 '지치지 않는 법'을 체득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를 치를수록 박해민도 속력을 높이고 있다.
18일 잠실 NC전에서는 3회 문성주의 비거리가 짧은 좌익수 희생 플라이에 적극적으로 홈을 파고들어 득점했고, 19일에는 7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우전 안타를 치며 대량 득점(5점)에 물꼬를 텄다.
박해민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일단 출루를 하면 뛸 기회가 생긴다"며 "나는 베이스를 밟은 뒤에, 장점이 더 드러나는 선수다. 아직 출루율(0.288)이 낮은 데 더 끌어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2018년 이후 5년 만의 도루왕 탈환 의지도 굳건하다.
박해민은 "팀이 뛰는 야구를 펼치면, 나도 더 적극적으로 뛸 수 있다. 동료들이 부지런히 도루를 시도하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출루율만 끌어올리면 다시 한번 도루왕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LG 동료들과 경쟁하듯 뛰면, 상대는 우리가 더 두려울 것이고 우리의 목표인 우승에도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승'을 화두에 올릴 때는 박해민의 눈이 더 반짝였다.